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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왕’의 꿈이 결국 세금 때문에 좌초의 위기를 맞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정선재 부장판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아 온 권혁(63) 시도상선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권 회장은 단일 선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보유한 ‘선박왕’이다.
현대자동차를 나와 93년 일본에서 시도상선을 설립, 자동차운송선을 시작으로 벌크선과 유조선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전 세계 해운업계의 큰 손으로 불려왔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상선의 파트너이자,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에 4조원이 넘는 선박건조를 맡기면서, 수출과 국익 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는 업계의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국세청은 권 회장이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도, 탈세를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인 홍콩에 거주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2011년 4월 그에게 4,101억원을 추징했다.
권 회장에 대한 추징액 4,101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다.
국세청은 이어 그를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사건을 맡은 검찰은 2,200여억원을 탈세한 혐의 등으로 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검찰은 탈세혐의 외에도 국내 조선회사들과 선박건조계약을 맺으면서 비용을 부풀려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회삿돈 900억여원을 횡령하고, 손해보험사들로부터 6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도 추가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했다.
혐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법원이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면서, 권 회장에 대한 이날 재판부의 선고는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역외탈세’에 초점을 맞춘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면서 권 회장의 항변을 배척했다.
권 회장이 탈세를 목적으로 조세피난처를 악용, 수천억원대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나아가 법인세 포탈 혐의로 함께 기소된 시도상선의 홍콩 자회사 CCCS(CIDO Car Carrier Service)에 대해서도 265억원의 벌금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