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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글은 장윤종, “창조경제론의 성장 패러다임 구조와 정책 보완과제”, KIET 산업경제, 2013.4월호, 산업연구원의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
1. 문제제기
그 동안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가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다. 창조경제 개념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창조경제의 정책에 대한 것까지 논의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다양하다.
이처럼 사회에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진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개념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창조경제에 대한 설명은 그동안 세 번에 걸쳐 이루어졌다. 작년 10월 후보공약으로 1차 제시되었으며, 금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서에서 국정목표 및 국정과제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사에서 다시 한 번 제시되었다. 최근에는 4월 18일 창조경제를 선도해나갈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 번 제시함으로써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는 창조경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5월 중순에는 창조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알려지고 있으므로 창조경제의 실체, 특히 창조경제의 추진정책은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 동안의 논의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창조경제론의 시대사적 의의에 대하여 좀 더 명확한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또한 창의성, 생태계, 융합 등 창조경제론의 핵심개념들에 대한 설명도 보다 분명하게 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그 동안의 논의를 지켜본 연구자의 입장에서 창조경제론을 재해석·재구성해보고, 창조경제론이 보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도 지적하고자 한다. 2장에서는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이 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가를 설명하면서 창조경제론이 갖는 시대사적 의의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3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서 제시된 창조경제론의 기본개념과 구조 및 동학을 검토해볼 것이다. 4장에서는 창조경제론의 성공적 추진을 위하여 유념해야 할 보완과제들이 무엇인가를 점검해볼 것이다.
2. 창조경제론의 시대사적 의의
(1) 현행 성장전략의 한계
창조경제론이 나오게 된 배경은 멀리 1998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를 겪은 후 우리나라는 대규모 자본투자에 입각한 대량생산이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수위 보고서의 첫 부분에 이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는데, 크게 세 가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성장동력이 약화 되었다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2000년대 들어와 수출은 크게 증가했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저조한 수준을 면치 못하였다. 연구개발투자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설비투자 둔화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성장률은 하락하고 장기 추세지표가 되는 잠재성장률도 하락하는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둘째, 인구대비 일자리가 늘지 않아 고용률은 정체되고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성장동력 약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층의 실업이 심각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
셋째, 수출 증가가 내수확대로 연결되지 않아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 되었다. 소수 수출 대기업은 잘되고 있어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서비스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 신성장모델 시도와 창조경제론의 의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성장모델 전환을 위한 노력이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국민의 정부에서는 ‘지식기반경제’, 참여정부에서는 ‘혁신주도형 경제’, 이명박 정부에서는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전환’을 추진하였다. 야심차게 시작한 새로운 시도들은 별다른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접근방법을 달리하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현행 성장모델의 변화 없이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은 대부분 대규모기업집단의 몫이었다. 중소기업의 새로운 모멘텀도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으며,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패턴을 수정할 필요 없이 새로운 분야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연구개발에서는 일부 성과가 있기는 하였지만 국가 전체적인 문제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론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마련된 새로운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의 모색과정 끝에 나온 안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모델 모색의 완성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론이 그 이전의 성장모델과 획을 긋는 근본적인 차이는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 하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은 동의반복 같지만 양자의 인과관계에서 정반대의 방향을 나타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성장모델은 대규모기업집단 중심의 국가발전 모델로서 국민행복은 낙수효과에 의해 주어진다. 이에 반해 창조경제론의 기본 개념은 개인의 창의성이다. 개개인이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키우고 발전시켜 한편으로는 자신의 소중한 꿈을 이루어나가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과거 국가의 발전을 통해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는 개인의 행복을 통해서 국가의 발전을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두 접근법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론을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에 있다.
창조경제론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중요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성공 여부는 향후 5년간의 실적에 크게 영향을 받겠지만, 이 모델의 의의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참여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성공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다.
3. 창조경제 성장전략의 구조와 동학
(1) 창조경제론의 핵심 개념 : 창의성
현 정부 창조경제론의 핵심개념은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필수 불가결하지만 과학기술을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사실, 창의성은 과거 산업발전에서도 중요한 요소였으므로 새로운 개념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휴대폰과 컴퓨터를 융합한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그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현대는 기술과 지식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빠르게 변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기술이 풍부해진 시기에는 기술들을 빨리 융합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 원천인데, 융합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현시점 우리나라에서 창의성이 특히 의의가 큰 이유는 그동안 추격성장 모델을 채택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보다는 선진국 시장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방하는데 치중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별기업이나 개개인에 내재한 창의적 잠재력을 발휘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제 경제가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도달하여 모방의 여지는 크게 축소되었고, 그에 따라 창의력을 발휘하는 쪽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경제가 성장엔진을 재충전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창의성 없이는 불가능한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창의성이 창조경제론의 핵심개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창의성이 경제· 사회 전반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창의성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창의성을 촉진하는 요소들을 활성화해야 한다. 창의성을 제약하는 요소 제거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필수 불가결하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요구가 터져 나올 때 보았듯이,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인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창의성을 발휘할 유인이 없다. 창의성을 발휘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봐야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들이 납품가 후려치기, 기술과 인력 빼가기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비로소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
창의성이 주도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촉진할 수 있는 제반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연구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출연(연)의 직업안정성을 제고하는 것은 적절한 방향인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성실, 실패를 인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의미 있는 연구나 사업을 촉진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지식재산 보호는 창의성이 설 수 있는 존립근거로서 필수적이다. 넷째, 인수위 보고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수평적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창의성 발휘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인 윤종록 교수가 강조하는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직문화에 익숙해 있으므로 정부에서부터 수평문화로의 전환에 앞장설 필요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경제민주화부터 수평적 문화까지 창의성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제반 요소들에 대하여 정부의 모니터링이 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림 1> 창의성 주도 경제 확립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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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조경제 성장전략의 구조와 특징
현 정부의 첫 번째 국정목표로 제시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는 크게 여섯 가지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구조는 <그림 2>와 같이 재구성해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와 안정적 경제운영이 제도적 인프라,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이 구조적 인프라로 구축되는 가운데, 창업기업과 벤처·중소·중견기업이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하여 창조산업·신산업을 창출하면서 경제의 주역으로 도약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참고로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제시된 창조경제에 대한 정의를 보면,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에 접목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하는 경제라고 제시되어 있다.)
이 구조에서 볼 수 있는 현 정부 창조경제론의 특징은 다음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과학기술정책 범위를 기술·지식 확보로부터 신산업 창출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통섭하는 생태계 창조형 R&D로 확장하였다. 이것은 대학이나 정출(연)의 R&D를 시장창출까지를 염두에 두고 수행한다는 것으로, 그동안 그들의 R&D는 산업부가 수행하는 응용·개발 R&D와 잘 연계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양자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제품까지 개발한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품까지를 상정하고 R&D를 수행한다고 할 때 해당 제품이 시장성을 가져야 할 것이므로 기업의 주체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2> 창조경제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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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융합이 신산업의 창출에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과학기술과 아이디어·상상력을 융합한 창조산업 창출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신․성장동력 육성, 사회 이슈 해결, 실용기술 활용, 과학기술서비스 활성화, 거대·전략기술 기반산업 등 적용 분야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난다.
셋째, 고용을 최우선의 목표로 설정하고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에 부합하게 고용 영향평가제를 강화한 점이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이다. 신성장동력 중에서도 정보통신을 비롯하여 8개 산업에 대해서는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성장동력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넷째, 연계와 생태계 조성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대폭 강조하고 있다. 생태계는 협력과 공진화(coevolution)가 이루어지는 경제조직으로서 중추기관(keystone)이 있고 연결기관이 존재한다. 따라서 각 기관들 간의 분업과 협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메커니즘을 짜는 것이 관건이다. 인수위 보고서는 과제 중심으로 되어 있어 생태계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추후 이러한 구조를 분명하게 밝혀서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째, 중소기업을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위치시킴으로써 과거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창업·벤처와 관련해서는 창조적 인재들이 도전하여 성공하는 영웅신화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창업 활성화 혹은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는데 역점이 주어질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R&D 지원 확대, 출연(연) 예산의 중소기업 지원 쿼터제 도입, 기업 역량별·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및 수출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관건은 창업·벤처·중소·중견기업이 융합을 통해 파괴력 있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끝으로, 융합형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융합형 인재양성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의성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종합적으로 현 정부가 제시하는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와 안정적 경제운영의 토대 위에서 창의성을 가진 창업·벤처·중소·중견기업이 생태계 창조형으로 재정립된 과학기술과 세계적 수준의 ICT를 융합하고 생태계의 도움을 받아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한편, 대기업을 포함하여 생태계와 함께 공진화해 나가는 경제를 말한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3) 창조경제의 성장동학
신성장동력 분야를 중심으로 전개될 창조경제 패러다임의 동학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정부는 특히 어디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인가? 창조경제의 바람직한 동학은 창의성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하여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창의성이 과학기술을 시장가치로 전환하는 대표적인 메커니즘은 융합이고 융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환경이 바로 생태계이다. 창조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들이 융합을 통해 창조산업과 신산업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매개 기관들의 융합 촉진역할이다.
벤처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벤처기업이 창조산업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융합기술이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기업에 기술을 공급해줄 수 있는 매개체로는 대학의 산학협력단, 국책연구기관, 혹은 연구개발 서비스업 등을 들 수 있다. 벤처기업이 직접 기술보유 기관과 접촉할 수도 있지만 기술매개 기관들이 활발할수록 기업들의 융합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따라서 기술과 관련해서는 이들 3개 기술매개 기관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술보유 기관과 기업을 연결시키는데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융합기술의 수준이 높을수록 와해성 혁신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때 해당기업은 생태계 발전의 중추기관(Keystone)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혁신적인 융합제품 창출기업은 생태계 내에서 성장 사다리를 타고 상승할 수 있으며 그 기업의 역할에 따라 생태계는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속적인 창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창의성 있는 인력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기관이 있는데 창조경제의 금융주역이 될 벤처캐피털이다. 벤처캐피털은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므로 생태계의 중추적인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12년 현재 2만 여개 벤처기업 중에서 실제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1.5% 정도에 불과하여 벤처캐피탈이 중소기업 성장의 중추 역할을 하기에는 현재 그 위상이 너무 미약하다. 이 점에서 정부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에 힘을 실어 주면서 벤처캐피털의 양적 증대에도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기술신용보증 기능도 대폭 확충해야 할 것이다. 다만, 2000년대 초반의 벤처붐. ‘묻지마 투자’에 의해서 이상 과열된 후 급격하게 축소되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심사기능의 확충을 통해 견고하고 안정된 성장세 가 유지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현재의 경제 주력인 대규모기업집단과 중소·벤처기업의 상생, 동반성장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기업집단은 생태계 내에서 지배자(dominator)일 수도 있고 중추기관(keystone)일 수도 있다. 그동안 정책에 의해서 주도된 대규모기업집단의 역할변화가 점차 대규모기업집단 자체의 전략으로 내재화되는 고무적인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대규모기업집단이 중추기관으로 역할하고 중소·중견기업과 大협력을 이루면서 공진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창조경제 동학의 성패는 기술융합 매개체, 금융 매개체, 대규모기업집단 등 3자의 역할이 창업·벤처·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의 역할이 내부자원이 부족한 창조기업들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쟁과 협력의 원리를 잘 활용하여 한국형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제시한 전체 전략 및 생태계 조성에 대해서는 <별첨> 참조.)
(4) 창조경제의 신성장동력
최근의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보고 자료에는 신성장동력에 대하여 크게 부각시킨 바는 없다. 5월 로드맵 제시 때는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서는 인수위 보고자료에 제시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인수위 보고서에는 신성장동력이 별도로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과제 설명 중에 여러 산업이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각 산업마다 지칭하는 이름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창조산업, 신산업, 미래성장산업, 신성장동력, 성장동력, 미래 산업화, 구조고도화 등 상당히 다양하다. 약간씩 뉘앙스는 다르겠지만 여기에서는 모두 신성장동력으로 통칭하기로 한다. 이름이 적시된 산업은 창조경제론에서 실제 중요시하는 산업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을 분류해보면 <표 1>과 같다.
이에 따르면, 현 정부의 신성장동력은 ICT산업과 콘텐츠산업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그다음으로 농림축산업을 비롯한 고용창출형 산업, 지식서비스업, BT 산업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제조업의 경우 주요 품목들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장비산업, 로봇산업 등 상당수의 산업이 명시적으로 제시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표1> 현 정부 신성장동력 범위(예시)구분
세부산업
기술산업
(추후결정예정)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래예측으로 유망
성장동력을 발굴 예정
정보통신(ICT)· 콘텐츠산업
SW산업
콘텐츠산업(5대 글로벌 킬러 콘텐츠: 게임,
음악, 애니·캐릭터, 영화, 뮤지컬)
신규미디어산업
문화콘텐츠산업
인터넷신산업
빅데이터, 클라우드 활용 서비스산업
BT 산업
보건의료제조서비스업
고령친화산업
주력산업
(구조고도화)
지식+제조업 융합산업
시장선도형 소재부품 (나노소재, SW융합부품)
차세대 HW(전력반도체, 첨단센서)
항공산업 핵심부품(항공전자, 랜딩기어)
탄소소재 (신산업 창출)
거대전략기술
기반산업
우주산업, 대형가속기, 원자력 등
기타
고용창출형
산업
농림축산업
해양산업
수산업
물류해운교통산업
해외건설플랜트원전산업
기타
유망서비스업
R&D 서비스업
컨설팅 등 사업서비스
사회서비스업
기타
실용기술활용산업
사회이슈해결산업
4. 창조경제론의 보완과제
창조경제론은 지난 50년간 지속된 대규모기업집단 중심의 모방형 추격성장론을 개개인의 창의성에 입각한 선진형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였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현행 구조가 지나치게 대규모기업집단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매출의 51%, 수출의 65% 정도를 30여개 대규모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담당하고 있으며, 13개 품목에 수출의 80%가 집중되어 있다. 이에 반해, 2만 여개 벤처기업의 2012년 수출은 177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3.2%에 불과하며, 외국인투자기업을 제외한 전체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은 20~25%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고 국내 대규모기업집단도 해외생산을 본격화하고 있어, 사실 창조경제론 이외의 대안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청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하여 그들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 좀 더 분명하게 제시, 강조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한류를 비롯하여 문화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창의성이 돋보이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산업계에서도 잠재된 창의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청년층을 대상으로 자신의 개성을 살린 창의성을, ICT를 비롯해서 지식서비스업과 융합 신제조업에서 창업을 통해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론은 중소기업과 개인의 역량을 발휘토록 하는 것으로 그들은 대기업과 달리 내부자원이 충분하지 못하므로 주위로부터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 불가결하다. 창조경제론에서 생태계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생태계의 구조와 상호작용이 이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 구도를 잘 짜야 할 것이다.
한편, 창조경제론의 국정과제에서 명시된 산업들을 보면 제조업의 비중이 너무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최근 강조되는 기계장비산업, 로봇, 자동차용 전자 부품, 3D 프린팅 등 새로운 기술이 체화된 신제품과 신산업들이 상당부분 누락되어 있다. 따라서 제조업에 대한 보강이 요구된다.
그리고 생태계 창조형 R&D에서 강조되고 있듯이 과학기술정책은 기초연구에서부터 상용화, 공공구매까지 전주기 관리를 계획하고 있다. 이 경우 미래부와 산업부 간의 연계·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제품까지를 고려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제품생산의 주체인 기업과의 소통이 반드시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칫 시장을 간과하고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 시장을 찾는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융합의 주체로서 기업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강조가 덜 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반면, 대학이나 연구소에 대하여 연구의 결과물이 반드시 신제품이나 신산업으로 성과가 나도록 명시한 것은 그 간의 예에 비추어 볼 때 획기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선진국과의 기술협력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EU에서는 나노, 뇌과학 등 세계 최첨단의 기술들을 문호를 개방하여 연구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기술들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국제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시장기회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과 시장관행의 개선에 정부는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융합제품을 만들거나 새로운 사업을 해보려고 하는데 규정 때문에 못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원격의료가 규제개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관행을 바꿔서 연관산업을 크게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의 앱스토어를 들 수 있다. 애플은 AT&T와 계약할 때 앱스토어를 자신이 관리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관철시켰고, 수익을 3:7 비율로 배분함으로써 수많은 앱 개발업체들을 창출하였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앱 시장은 90만개로 성장했으며, 미국에서만 5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정부는 네트워크산업 중에서 독과점적 시장에 안주해서 손쉽게 돈을 버는 산업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도를 도입하여 연관산업에 많은 신생업체들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별첨>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보고 중 주요 정책과제
1. 비전 및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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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추진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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