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심화 때 수출 중소·중견기업 생사 갈려
현오석 부총리 "대일 의존도 높은 중소기업 지원 강화할 것"


갑오년,
새해 벽두부터 
증시가 곤두박질 치며
우리 경제가 [먹구름]을 만난 모습이다.

엔저 현상이 본격화되자
우리 수출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짐으로써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새해 첫날 코스피는 
지난해보다 무려 44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1,967을 기록했다. 

원인은 [엔저 쇼크] 때문이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5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엔저 현상이 이미 1년 가까이 
지속된데다,

대일 수입의존도가 큰 소재·부품 부문에선
수출 경쟁력에 유리한 측면도 없지 않아
전체적인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직접적으로 경합하는 3대 부문인
전자, 기계, 자동차 업계는 
다소 직접적인 영향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환율 등락에 따라
수출 가격 경쟁력과 
수입 부품·설비·원자재 구매비용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이 공존하는 상황이어서
환율에 대한 단기적 대응보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엔화 외에 달러·유로·위안화 등
다양한 통화로 결제하므로 
특정 통화가 오르면
다른 통화는 내리는 
위험 분산 효과도 있는데다,

들어오고 나가는 통화 매칭을 통해
환율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엔화 약세로 인해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과 직접적인 경쟁에서는
엔저로 인해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낳고 있는 만큼 적잖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 업계는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제갑 받기 정책]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 맞대응 한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는
엔저 영향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수준이다.

"엔저 현상이 두드러진
올해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일본 조선사들을 넉넉히 따돌리다 
우위를 점한 점만 놓고 봐도 
원-엔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국내와 일본 조선사들이
주력으로 수주하는 선종이 다른 점과
기술력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일본 조선사에 비해 앞서 있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조선업계 관계자


건설업계도 
기본적으로 
원-엔 환율 영향은 [미미할 것 같다]는 
반응이다.

"건설업종은 
기본적으로 내수 산업이므로 
원-엔 환율에 민감하지 않다.

자재의 경우도 대부분 중국·유럽 쪽에서 많이 들여와
일본 변수는 작은 편이다."

- 대한건설협회 한창헌 정책지원본부장

"대일 수출의 경우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므로 새삼스럽지 않다.

농수산식품 수출의 경우 
일본 비중이 높지만 
중국 등으로 점차 다변화되는 추세여서 
엔저 여파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업계는 
거격 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이나,
일본 제품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
환 변동에 따른 충격이 클 것이라고 단언했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신흥시장 개척이나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을 기울이는 게 환율 충격 흡수의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 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이 하락한다.

달러당 1050~1100원대에서
환율이 움직여 주는 게 좋다."

- 재계 한 관계자


중소수출업체들은
초비상상태에 돌입,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엔저를 비롯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한
방어능력이 취약한 속수무책 상황이어서
정부가 대책마련에 
더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
해외에서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저 수출채산성이 떨어지고
물량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최근 10∼15% 떨어졌다.

백색가전 외에도 
스탠드, 전기밥솥, 글라스락 등 
주요 수출품목들이 지금은 일본 제품과 
가격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
1000원선이 무너지고 이런 엔저가 지속되면 
중소수출업체들은 수출로 막대한 출혈을 감수할 수 밖에 없어 
엔저현상은 중소수출업체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나 마찬가지다."

   - 양갑수 중소기업중앙회 통상정책실장


이렇듯
엔저로 환율 낙폭이 커짐에 따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렇게 약속했다.

"외환당국의 달러 매수세도 유입돼 
환율은 1050원선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엔저의 변동성을 주시하며 
계속 지켜볼 것이다.

수출 시장이 다양한 대기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대일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 및 수출지원을 확대하는 
정부 대책을 올해 중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저·원고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되면서 
달러당 1000원, 100엔당 900원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다만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와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등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둔화되면서
 엔화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약해지고 있는 데다 
일본의 금리가 상당히 낮고 
정책적 측면에서도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최근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한다면 
환율은 달러당 1030원, 100엔당 90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적은 원·달러 환율은 
1050원이 지지될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은 
당국의 개입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900원대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