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서 삼성은 '성실', 애플은 '불성실'…"피해 없어""표준화 과정서 타 사업자 배제 목적 특허 은폐 증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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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 연합뉴스DB


애플과 삼성이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표준특허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표준특허권자의 침해금지청구 행위가 지식재산권 남용행위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국내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앞서 애플과 애플코리아는 2012년 4월 공정위에 삼성전자를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신고했다. 삼성전자가 2011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제3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관련한 4개 표준특허 및 1개 비표준특허의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애플 측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특허침해 소송을 부당하게 이용해 사업활동을 방해했고 이는 '필수요소에 대한 접근 거절'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가 기술 표준화과정에서 '특허정보에 대한 공개의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전자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먼저 공정위는 애플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특허분쟁 소송 국면으로 유도한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표준특허 침해금지 소송은 맞대응 성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소송(2011년 4월 21일)을 제기하기 전인 2011년 4월 15일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디자인권 및 비표준특허의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애플보다 삼성전자가 특허분쟁 협상에 더 성실히 임한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다양한 실시조건을 제안하고 실시료율(특허사용료)과의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애플은 상황이 유리해지면 삼성전자의 특허가치를 이전에 인정했던 것보다 저평가하는 등 협상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삼성전자가 제안한 실시료(특허사용료)율이 과도한 것으로 볼 수 없는데도 애플이 소송 종결시까지 삼성전자에게 실시료를 지불할 의사가 없었다고도 했다.

나아가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해당 표준특허로 애플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지 않았다. 삼성전자 외에 50여개 회사가 3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1만50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애플이 삼성전자가 없다고 아이폰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표준화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특허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를 지연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삼성전자의 특허 공개 기간은 1년 7개월로 노키아 1년 5개월, 모토로라 3년 8개월 등 다른 기업에 비해 공개 기간이 길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 표준화 과정에서 다른 사업자들을 배제할 목적으로 특허를 은폐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김재중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사건은 과거 심결례가 존재하지 않아 국내외 판례는 물론 해외 경쟁당국 논의 동향, 프랜드(FRAND)법리, 양사의 성실한 협상 여부 등을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