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최전방 궁지 몰렸다최우선 과제 '가계부채', 대책 마련 시급수출로 내수활성화 가능할까?
  • ▲ 내수 시장은 여전히 '흐림'이다. ⓒ연합뉴스 제공
    ▲ 내수 시장은 여전히 '흐림'이다. ⓒ연합뉴스 제공

연초부터 내수 시장 침체로 산업 최전방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수출 부진과 자금 조달 문제 등 구조적 한계에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수 시장'을 주로 하는 식품산업의 경우는 그 여파가 상당하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사정권이다.
 
식품사업이 주력인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 침체와 대형마트 영업규제 등으로 매출이 전년대비 줄어든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매출이 3% 정도 줄었다"면서도 "판촉 등 기타 비용을 줄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은 올릴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이 감기라면 중소기업은 독감 수준이다.
실례로 한국육가공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내수에 의존하는 '햄' 시장의 경우, 매출이 10년 째 그대로라고했다. 80년대 도시락 반찬에 들어가거나 식탁에 한번씩 오르던 '햄'이 90년대를 지나며 환경이 바뀌며 소비가 급감하면서부터다.

육가공협회 관계자는 "실제로 진주햄이나 목우촌 등의 경우 성장이 거의 없이 그대로다"라며 "수출로 길을 뚫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주햄의 경우 경쟁력이 있는 중국 쪽으로 눈을 돌려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목우촌은 수출길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서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수출로 눈을 돌리는 것은 '내수 소비침체'와 '한정된 내수시장 속 치열해진 경쟁'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내수 시장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더 높다는 말도 나온다.
 
기업들의 내수시장에 대한 불신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전국 1341개 중소제조업체를 상대로한 '경기 전망 조사' 결과는 국내 업계가 직면한 힘겨운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사 결과, 68%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내수 부진'을 가장 큰 경영 애로 사항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새해 경영 목표를 '내수경영(43.7%)'으로 꼽았다. 내수 활성화에 대한 기업들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다.
 
  • ▲ 지난해 6월말 908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올해 1000조원을 돌파, 1021조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제공
    ▲ 지난해 6월말 908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올해 1000조원을 돌파, 1021조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제공


    ◇ 내수활성화? ‘가계부채’가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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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내수 시장을 위축시키는 데에는 '가계부채'와 '전세값 문제' 등이 큰 원인이 됐다. 특히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021조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의 소비를 억누르고 내수 활성화를 방해하는 최대의 요인으로 꼽혔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도 '내수 활성화'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내수기반 확대를 위해 각 부채와 전세값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내수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계부채 해결이 우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와 금리구조 개선 △영세자영업자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경감 △비은행권 가계부채 관리 등이 주요골자다. 특히 2017년까지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지금보다 5%p 낮춰 가계부채를 실질적으로 축소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은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본래 가계부채 문제는 일자리창출 등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생겨야 해결되지만,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금융'의 영역에서 내놓은 것으로, 근본적으로 가계와 기업의 소비경제를 살리는 목적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금융'의 영역과 더불어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기업의 수출 성과, 내수 활성화로

    지난해 우리 경제는 3년 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 사상 최대 수출, 역대 최대 무역흑자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외환보유액도 345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다.
    하지만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는 소비가 늘지 않아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에 생긴 성과라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수가 계속 위축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황형 흑자' 구조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불황형 흑자는 수출과 내수, 기업과 가계의 격차를 더욱 키워 특히 가계 전반은 물론 내수기업과 자영업자가 갈수록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4년 업무계획'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해 수출 성과를 내수 활성화로 잇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수출 성과가 내수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대기업에 편중된 수출 저변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수출이 확대되면 투자와 일자리가 늘고, 자연스럽게 소비 진작으로 내수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에서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내수 시장의 활성화는 문제 없어보인다. 육가공협회에 따르면 성장률이 저조했던 진주햄의 경우 수출에 힘을 실으며 4년만에 사업 규모를 확장한 바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이번 정부의 목표가 내수 활성화 및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이라고 본다면, 1차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한정해보고 한도가 소진되지 않을 때 대기업으로 확대하는 점진적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와 달리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에 대해 "내수 활성화라는 방향은 맞지만 그동안에도 몰라서 안했던 문제가 아니라 알면서도 안된 문제였다"면서 "오랫동안 수출주도형으로 커왔고, 지금 구조적으로 내수를 키울만한 산업도 없다. 결국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쉽지 않다.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2014년 경제성장률을 3.9%로 내놓으며 경기여건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가 내놓은 전망치인 3.7%나 한국은행(3.8%) 등 다른 기관보다 높은 수치다.
     
    3.9%의 경제성장률에 도달하기 위한 첫 번째 열쇠는 '내수 활성화'로 보인다. 그리고 내수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는 ‘가계부채의 해결’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들이 수출 활로 열기에 '집중'해야 한다. 올해는 기업들이 경영 목표라는 '내수 경영'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