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악+영화+IT 쇼' 60여개국 6만여명 몰려“뜨겁다” IT세미나 800개, 밴드 1700팀, 영화 250편…에버노트 등 SNS 강세… 삼성 음악앱‘밀크’ 첫 선스노든 화상세션 “SXSW가 정부도청 막아라” 일갈한국밴드, 로큰롤라디오 현아 장기하 등 14개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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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의 활력과 독립영화의 창의력이 테크놀로지 산업과 결합해 놀랍고 창조적인 콘텐츠들을 마주치게 되는 곳이 오스틴이다. 벤처기업과 전세계 인디밴드들이 모여드는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축제‘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이하 SXSW: South by Southwest)’에 6만여명의 참관단이 모여들었다. -
지난 3월7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Austin)에서 시작된 이 축제는 인터랙티브(7~11일), 영화(7~15일), 음악(11~16일) 세가지 쇼로 나뉘어 날짜를 겹쳐 연이어 행사를 펼친다.
올 세션에도 징가 포스퀘어 에버노트 등 SNS 강자들이 대거 출동했다. 삼성전자는 ‘MILK Music’이라는 갤럭시용 트리밍 음악앱으로 홍보 카페를 차렸다. 200개 이상의 음악 방송을 광고없이 들을 수 있고 1천3백만곡의 음원을 제공하는 앱으로 애플의 아이튠즈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위치인식 프로그램 제작사인 셀프벅스의 ‘비콘’에도 많은 언론이 몰렸다. 링을 끼고 원격에서 모니터 키보드 역할을 하는 일본‘RING’의 웨어러블 기술도 주목받았다. 트레이드 부스엔 디지털 음원을 즉석에서 빵 굽듯이 LP로 복원해주는 기계도 등장했다.
각국의 부스는 로컬 뉴스나 이벤트 정보를 모아주는 앱 등 모바일 기술이 주를 이루었다. 한국과 일본은 애니메이션와 웹툰, 음악이나 콘서트 서비스가 많았다.
800개의 세션은 주로 창업 과정에 대한 사례 토론과 인터넷-모바일 기반의 크리에이티비티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세미나다.
올 최고의 화제를 모은 연사는 미국 정보부를 털어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한 스노든. 10일 화상대화 세션에선 러시아에 망명해있는 스노든이 등장해 “SXSW와 테크놀로지 커뮤니티가 인터넷 보안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준다”며 국가의 도감청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7일 인터랙티브의 첫 키노트 연사로 나선 인사는 디지털 아티스트로 유명한 오스틴 클레온(Austin Cleon). 광고회사 웹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를 거친 클레온은 ‘Steal Like An Artist’‘Newspaper Blackout’등의 저서로 디지털 마케팅과 광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키노트에서 클레온은 ‘디지털시대 크리에이티비티’를 주제로 “개인의 온갖 작업을 디지털로 다 드러내고 보여주라”고 충고했다.
8일 키노트 연사는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 (Neil Degrasse Tyson). ‘코스모스’등의 TV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타이슨은 우주에 무관심한 대중들에게 쉽게 천문학을 알려온 과학 전도사로 꼽힌다. 하버드와 콜럼비아대학을 거친 석학 타이슨은 10권의 저서로 천체물리학계의 거장이 됐다. 달변으로 TV와 트위터에서 수백만명의 팬을 가진 인기 과학자다.
9일엔 유전자 정보 분석 업체 ‘23andMe’의 창업자 앤 워즈츠키(Anne Wojcicki)가 등장했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모아 의료 연구에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2006년 세운 회사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인 유전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됐다. 앤은 “내 유전자 정보를 알게 되는 날의 상황에 대해 상상해보자”고 제안한다.
10일엔 디스커버리 채널 ‘호기심해결(MythBuster)’의 진행자 아담 새비지(Adam Savage)가 무대에 섰다. 그래픽, 애니메이션, 장난감 등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새비지는 ‘스타워즈’와 ‘매트릭스’등의 비주얼 디자인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강연에서“과학과 예술이 세상의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메이커의 시대”라고 외쳤다.
11일엔 클리턴 부부의 딸인 첼샤 클린턴이 클린턴재단 부회장 자격으로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과 데이터를 어떻게 견인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잡 마켓’엔 3M 프루덴셜보험 딜로이트 컨설팅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 하바스 레오버넷 등 22개 회사가 구인시장에 나섰다.
트레이드쇼엔 에버노트, 앱슨 등의 대기업부스와 벤처기업들을 모아온 국가관들 중심으로 전시가 됐다. 한국에선 문화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은행연합회의 후원으로 10개의 청년 창업자들이 선정돼 부스가 마련됐다. ‘강남의 괴짜들(Geeks from kangnam)’이 한국관의 명칭이다.
이 행사를 주관한 ‘DCamp(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류한석 매니저는 “은행연합회의 지원으로 1년간 120여개의 창업 지원자들 중에서 10개(표 참조)를 뽑아 SXSW에 홍보를 하러 왔다”며 “창업 지원은 돈만 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큰 쇼에 나와 투자자와 협력사들을 연결시켜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칠레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일본, 한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퀘벡, 싱가포르, 스페인, 스웨덴, 영국, 브라질,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온두라스, 인도, 폴란드 등이 국가관 부스를 만들었다.
7일부터 10일까지 파머 이벤트 센터(Palmer Events Center)에선 게임 엑스포가 성황을 이루었다. 닌텐도, MS 등 150여 업체들이 새로운 게임을 들고 나와 4만여명의 게이머들을 열광시켰다.
SXSW의 도시 오스틴은 ICT 중심의 산학협력과 네트워킹이 원활해 전세계 벤처의 산실로 변모하고 있다. 트위터와 포스퀘어가 SXSW 행사를 통해 부상함으로써 벤처창업가들의 이목을 단숨에 끌었다. 오스틴 시민의 응원을 받으며 SXSW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오스틴은 SXSW 축제 기간 전후로 자원봉사자만 3천여명, 상시근무자만 150여명을 고용하는 컨벤션 시티가 됐다. 오스틴이 인터랙티브쇼를 통해‘벤처 창업의 수도’가 된 것은 영화와 음악쇼 덕분이다.
올해 등록자로 세미나와 토론에 참여한 참가자만 3만5천여명. 전세계 600여개 창업회사의 부스들이 모인 트레이드쇼 참가자는 6만여명을 넘어섰다. 취재 기자들만해도 3천여명에 이른다. 250여개의 영화를 볼 수 있는 필름쇼 참가자가 1만7천명, 2천여개의 쇼케이스 뮤직과 1백여곳의 무대 콘서트를 즐실 수 있는 뮤직쇼엔 컨퍼런스 등록자만 2만5천명을 넘었다.
뮤직 축제가 시작하는 11일부터 시내 곳곳의 바에서 각국의 인디밴드들이 콘서트를 잇달아 열었다. 올해도 60개국 1천7백여팀의 밴드가 몰려들었다. SXSW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공부를 많이 해야 알찬 공연 감상이 가능하다.
한국에선 포미닛의 현아, 로큰롤라디오, 장기하와 얼굴들, YB, 할로우잰, 노브레인, 크라잉넛, 넬, 잠비나이, 스맥소프트, 빅포니, 러브엑스스테레오, 박재범, 이디오테잎 등 쟁쟁한 인디밴드와 실력파들이 11일에서 14일까지 차례로 쇼케이스 공연을 펼쳤다.
공연기획사 러브락컴퍼니 기명신 대표는“수년간 인디밴드들과 함께 한국엔 불모지였던 SXSW를 찾았다. 지난해부터 콘텐츠진흥원이 지원에 나서 더 많은 밴드들이 오게 된 것 같다. 여기 온 몇몇 밴드는‘2014서울소닉’이란 타이틀로 다른 지역에서도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