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양조, 전국 대학가에 신제품 광고 대자보 붙여대학생들 "대자보 의미 퇴색시켰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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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대표이사 유철근)가 새롭게 선보이 소주 '아홉시반' 마케팅에 열을 올린 모습이다. 이번에는 대학가를 겨냥, 대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대자보'를 활용해 소주 광고에 나섰다. 관심가는 내용에 일부에서는 '기발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대자보의 의미를 훼손시켰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최근 국민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동국대학교 등 수도권 대학가 주변에 여러 장의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짝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 담긴 이 대자보는 지나가던 학생들의 발을 멈추게 했다.

"'아홉시반'이네요. 그래요. 저 좀 마셨어요. 그런데 종성오빠 저는 그냥 오빠가 좋았어요. 오빠가 솔직히 말해서 완전 훈남은 아니잖아요? 전 그냥 오빠가 춥지 않냐고 커피 사주고 술 취했다고 집에 데려다주는 모습에 설렜고 새벽 두시에 '자니? 뭐해?'에 김칫국 한사발 들이켰어요. 그런데 오빠 1학번 이슬언니랑 CC라면서요? 저 한마디만 할게요. 그냥 제가 오빠 많이 좋아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그리고 저 오빠 어장 속 몇번 물고기에요? '아홉시반'에 만나서 얘기 좀 해요."

남성이 짝사랑하는 여성에게 고백하는 버전도 있다. 

"'아홉시반'이네. 그래. 나 좀 마셨다. 그런데 나는 그냥 니가 좋았어. 근데 솔직히 네가 진짜 예쁜 건 아니잖아. 난 니가 나한테 오빠 할 때 콧소리가 좋았고 맛있는거 소라고 총총 뛰는게 귀여웠고 오밤중 선톡에 김칫국 한사발씩 들이켰다. 근데 너 뭐 2년 사귄 남친 있더라? 내가 너한테 쓴 돈이 아깝거나 네가 어장관리 했다는 게 아니고 그냥 진짜 좋아했다고."

얼핏 보면 짝사랑했던 여자에게 고백하는 남자가 쓴 글 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아홉시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酒)문학부 박승혁"으로 끝나는 글귀에 '아! 광고구나'를 깨닫는다.

  • ▲ 이미 찢어진 '아홉시반' 광고 대자보 ⓒSNS
    ▲ 이미 찢어진 '아홉시반' 광고 대자보 ⓒSNS


  • 광고임을 알아챈 학생들은 이에 "기발하다" "요즘 마케팅 하는 사람들 똑똑하다" 등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자보의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학생들이 상당했다. 대자보는 지난해 캠퍼스에 '안녕하십니까' 열풍을 일으키며 학생들의 생각을 교류하는 상징적인 수단으로 인식돼 있다.

    해당 대자보를 접한 한 학생은 "대자보는 학생들끼리 소통하는 수단이다.라며 "동아리 홍보 같은 것은 이해해도 저렇게 대자보를 상업적 광고 수단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굳이 마케팅을 대자보로 했어야 했나? 난 대자보가 대학에서 보여주는 지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트위터리안(liyo****)는 "아홉시반의 대학교 대자보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은 아무래도 대학생들의 뒷통수를 맞은 느낌을 불러와 역효과를 낼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이 대자보에 등장하는 짝사랑하는 오빠의 여자친구 '이슬'이라는 이름은 '참이슬'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대자보는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부산대학교 등 전국 대학가에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해는 최근 '아홉시반'이라는 17.5도의 순한 소주를 출시, 도수를 낮추면서 15ml 용량을 늘려 가격은 낮추지 않았다. 이에 도수를 낮춰 원가를 줄이고 소주잔 용량의 3분의 1정도 극소량을 늘려 이익을 남겼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해는 지난해 소주 시장 점유율 4.1%정도로 순위 5위를 차지하며 전라남도를 기반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