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가족 여행 계획 잡아논 학부모들 허탈정부 '관광주간 '재량휴업 유도 정책 '엇박자'


"다음달 황금연휴에 맞춰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려했는데 포기했어요. 중학생 아들이 연휴 다음날부터 중간고사를 본다고 하잖아요. 학사일정을 왜 그렇게 짰는지 허탈하네요."

광주시 남구에 사는 주부 김모(45) 씨는 올 초부터 벼렀던 가족 해외여행을 접었다. 다음달 초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을 포함한 황금연휴(5월3∼6일)에 태국에 다녀오려던 참이었다.

아들이 중2가 되도록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데다, 이번에 가지 않으면 앞으로 4년간은 꿈도 꿀 수 없을 것 같아 맘 먹고 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간고사가 계획을 망쳤다. 연휴 다음날부터 사흘간 중간고사가 예정된 탓이다.

9일 광주지역 일선 학교에 따르면 광주지역 중·고교 30여개교가 5월초 황금연휴 다음날인 7일부터 2∼3일간 1학기 중간고사를 실시한다. 8일이나 9일부터 시작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5월초 황금연휴에 가족여행 등 나들이 일정을 계획했던 학부모와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연휴 직후 중간고사 일정을 짠 학교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정부 부처간 엇박자 정책도 지적되고 있다.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내여행 수요 창출 등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부터 11일까지를 관광주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에 학교의 재량휴업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황금연휴 직후의 중간고사 실시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이지만, 관광주간과 관련한 교육부의 지침은 현재까지 전혀 없는 상태이다.

문광부가 관광주간을 설정하면서도 관련 부처인 교육부와의 정책 공조가 없는 바람에 일선 학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사일정은 교장의 고유권한이라 교육청에서 별도의 지침을 내릴 수는 없다"며 "시험일정을 변경하려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운영위원회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