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부터 교육, 업무 지침, 패널티 등 모든 단계서 본사 지시 받는다"

"우리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직원이다. 처음부터 본사로부터 교육받고 그 매뉴얼 대로 일했다. 본사에서 교육받고, 본사에서 지급한 옷을 입고, 본사 지침대로 일했고 평가 받았으며 상벌도 받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우는 처참하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비정규직 인력 운영 체계가 불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A/S와 개통업무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사들을 다단계 같은 하청을 통해 고용하면서 본사 소속인 마냥 본사 지침을 강요하고 관리한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변호사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인력운영체계 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하며 "진짜 사장을 알 수 없는 다단계 고용구조로 비정상적 근로계약 형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희망연대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여 위장도급으로 보이는 불법적 노동착취를 중단할 것을 규탄했다.

류 변호사는 "두 기업이 계약한 센터들은 협력업체로 실질적으로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없어 원청과 A/S 및 개통 기사들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거나 센터 또는 협력업체들이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있다 해도 근로파견 관계에 있다"며 "A/S, 개통 업무는 파견 가능 업종이 아니며 파견업이 가능하더라도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장은 누구? 계약서는 어디?

해당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SKB는 전국에 90개의 행복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센터는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는 1차 협력업체(행복센터)이거나 중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 산하에 2~3개 지역의 행복센터를 운영하는 다단계 하도급 형태다. 이들은 별도의 법인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LGU+역시 같은 구조로 전국에 70개의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센터 산하에는 A/S는 정규직, 개통(설치)·철거 기사들은 개별도급계약(건당 수수료지급) 및 소사장제 형태로 운영된다. 

보고서는 SKB의 경우 근로계약서나 도급계약서 서류작성 없이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서류가 존재해도 각 계약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사인만 하게 한 뒤 수거해 간다고 밝혔다. 

LGU+는 신규 입사자에 대해 근로소득공제가 아닌 사업소득공제를 확약하는 확약서를 일방적으로 받고 '일체의 노동관계 법령을 적용하지 않는데 동의', '법적 문제 발생시 전적으로 본인이 책임진다'는 불법적인 내용이 첨부돼 있다고 한다. 

  • ▲ SK브로드밴드및 LG유플러스 본사 개입 자료ⓒ인력운영체계 분석 보고서
    ▲ SK브로드밴드및 LG유플러스 본사 개입 자료ⓒ인력운영체계 분석 보고서


  • "좋은 회사 다닌 다는 말 싫다, 사실은 아니니까"

    류 변호사는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입사 처음부터 본사 교육센터에서 교육받고 본사에서 제시하는 메뉴얼대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실적 평가뿐 아니라 평가를 바탕으로 인센티브, 불이익 모두 본사에서 관리한다"며 "기사들을 대상으로 시험도 실시하고 좋은 등급을 받으면 본사 대표이사 직인이 박힌 상장에 해외여행까지 보내주기도 하고 아닐 경우 휴일당직 같은 패널티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기사들은 본사 제공 웹시스템 및 모바일용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업무를 처리한다"며 "일부 근무복도 본사에서 지원하고 명찰, 명함 모두 본사 직원 소속인 것 처럼 하지만 결국 위장도급"이라고 비판했다. 

  • ▲ SK브로드밴드 본사 개입 자료ⓒ인력운영체계 분석 보고서
    ▲ SK브로드밴드 본사 개입 자료ⓒ인력운영체계 분석 보고서


  • 뿐만 아니라 "상품판매·영업까지 해당 기사들에게 지시한다"며 "본사에서 도급계약 이외의 업무까지 근로자들에게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위장도급의 강력한 지표"라고 지적했다.

    LGU+ 경우에는 SKB와 달리 채용과정에도 개입하면서 본사에서 채용인원을 정해 적정인력을 미채용하면 패널티를 적용했다. 또한 본사에서 정기적으로 용모·복장관리에 대해 점검하고 본사 직원이 업무독려와 함께 구체적인 업무사항을 지시했다. 

    LGU+ 관계자는 "어머니께서 근무복을 입은 모습을 보면 정말 좋아하신다"며 "주변에서 '좋은데서 일한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실제로는 본사 직원이 아니다"라며 한탄했다. 

    이어"본사에서 시키는 일이 너무 많아 처우 개선을 위해 센터에 말해도 '할 수 있는게 없다'며 아무 조치도 해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 LG유플러스 본사 개입 자료ⓒ인력운영체계 분석 보고서
    ▲ LG유플러스 본사 개입 자료ⓒ인력운영체계 분석 보고서


  • 또 다른 관계자는 "근무 수수료는 반을 떼어 가고 반만 주면서 패널티는 세다"며 "실수 하면 20~50만원의 패널티를 주는데 전액 기사에게 떠넘긴다"고 성토했다. 

    그는 "게다가 휴일에 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휴일에 출근해서 아침 1건, 오후 6시 1건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나머지 시간은 차에서 대기해야 하지만 그 시간은 임금에 포함이 안 된다"고 말했다. 

    SKB 관계자는 "급여 착취 구조도 만연해 있다"며 "하루 16건으로 하루 종일 일해도 10~12만원 정도 밖에 못 받고 그 밖에 유지비용은 모두 기사 몫"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좋은 등급을 받으려면 만근을 해야 하고 건수도 채워야 하는데 일이 없다고 못 채우면 강등된다"며 "일정 수준을 채우지 않으면 승급도 안 된다"고 하소연 했다. 

    류 변호사는 "SKB와 LGU+는 각 센터들과 형식상 도급계약 또는 기사들과 불법적인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있지만 이들 기사들은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므로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불법파견은 파견법 제43조에 위배되는 행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위법 행위다. 원청은 협력업체 직원들(A/S, 개통 기사)에 대해 고용간주 되거나 파견법 제6조의2 고용의무 조항에 따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파견법 제6조의2(고용의무)는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규정을 위반해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경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