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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정부가 시행키로 한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놓고 업계의 우려가 깊은 가운데, 국내 운전자들도 "제도에 대해 기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추진은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자동차전문 리서치업체 마케팅인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향후 2년 이내에 새 차를 구입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 616명을 대상으로 '저탄소 협력급 제도'에 관한 설문결과, "제도의 도입에는 현실적인 고려가 따라야 하며, 내년도 실시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이 제도의 '도입취지’와 관련해서는 작고 연비 좋은 친환경 차가 많이 팔리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83%)' 등 친환경 차량의 보급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지녔지만, 제도를 도입했을 때 '국산 자동차’와 ‘휘발유 차'에 불리(각각 43%, 62%)할 것으로 예상했다.
▲ 국내 운전자들 "내년 실시 부정적"
특히 도입방안과 관련해서는 최대 700만원이라는 보조금과 부담금의 액수(환경부 안)는 너무 크고(52%), 단계적으로 올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68%)는 의견이 다수였다.
환경부의 입장뿐 아니라 '유관 부서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며(70%), '장기적으로는 실시해야겠지만 내년부터 실시는 어렵다'(54%)는 현실적인 고려도 놓치지 않았다.
마케팅인사이트는 응답자들에게 구입의향 1순위 모델과 2순위 모델을 답하게 한 다음, '1순위 차에 부담금이 부과된다면 2순위 모델로 바꿀 생각인지', 반대로 '2순위 차에 보조금을 준다면 2순위로 바꿀 생각인지'에 대해서는 보조금이나 부담금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으며, 그 금액의 크기 만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소 협력금 제도'에 의해 50만원의 차이가 생기면 약 50%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으나, 나머지 50%는 2순위 차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협력금이 100만원일 경우에는 약 70%, 200만원일 경우에는 85%, 300만원일 경우에는 90%가 1순위 차대신에 2순위 차로 옮겨가겠다고 답했다.
김진국 마케팅인사이트 사장은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저탄소 협력급 제도는 시장에서 어떤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는 구체적 예측이 없는 상황이다"며 "이런 제도의 경우 도입 시기와 협력금 규모를 어느 정도로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완성차업계 "제도 타당성 재검토 해야"
이같이 자동차 직접 소비층인 국내 운전자들이 내년 저탄소차 협력금제 도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내비친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에게도 이 제도는 뜨거운 감자다.
부담금만 많고 보조금은 적게 주겠다는 '저탄소 협력금제'에 대해서 업계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저탄소협력금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중대형차 위주의 자동차 소비문화를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Co2(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는 차값에 일정액의 부담금을 부과하고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오는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늦어도 올 6월까지는 입법예고와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2월말까지는 세부 시행내용이 확정돼야 했지만 관련부처간 이견조율이 쉽지않은 상황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저탄소 협력금제' 초안은 국내 자동차업체들에게 크게 불리하게 돼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1차 저탄소협력금제 배출량 기준에 따르면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액센트 디젤, 모닝 등은 보조금을 최대 3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 쏘나타와 스포티지, K5, 싼타페 같은 판매 주력 모델의 경우 최대 75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하고 그랜저는 300만원, 에쿠스는 최대 700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부담금을 내야하는 쏘나타급인 BMW 320d나 BMW 520d는 오히려 보조금을 받게된다. 상대적으로 디젤 기술이 좋은 유럽차들이 친환경차에 가깝기 때문.
결국, 쌍용차는 100%,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한국지엠은 전 차종의 75%가량 부담금을 내야 한다. 쌍용차가 "차를 팔지 말라는 얘기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체들은 물론 해당 부처도 관련 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환경부의 안에 대해 처음부터 재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산차업체들은 '저탄소 협력금제' 자체가 디젤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부문에서 앞서 있는 독일차나 일본차를 위한 제도라며 이 제도가 과연 국익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인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관련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놓고 정부 부처간 조정안 합의가 늦어져 완성차 업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관계부처인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가 보조금-부담금 설계를 놓고 당초 3월까지 협의를 마치기로 했다가, 4월말로 한차례 연기됐고, 4월말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제는 5월말에 합의를 마치고 조정 설계안을 발표하겠다고 갈팡질팡인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