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여신심사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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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구원파 관련 신협을 사금고로 이용한 정황이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드러났다.

     

    청해진해운의 관계사와 관계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만 3천700억원이 넘는다. 유병언 일가가 430억원이 넘는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를 한 혐의도 포착됐다.

     

    또 은행 등 금융사들은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대출해주면서 여신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신협중앙회는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는 등 해당 금융사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향후 검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 기획검사국은 15일 이런 내용의 청해진해운 관련 금융검사 중간발표를 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기획검사국을 동원해 유병언 일가와 여신, 외환, 회계, 보험 부문에 대한 특별 검사를 벌여왔다.

     

    검사 결과 일부 신협은 유병언 전 회장과 자녀들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6억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상 사금고 역할을 한 정황이 밝혀진 셈이다.

     

    권순찬 금감원 기획검사국장은 "문제의 66억원은 유병언 전 회장과 자녀 대규, 혁기, 섬나씨에게 들어갔다"고 밝혔다.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은 2007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협 대출 등을 통해 총 727억원을 마련해 다른 관계사에 총 514억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에그앤씨드는 2007년 9월 한국제약이 9개월 전에 9억7천만원에 취득한 공장을 17억 원에 고가 매입하기도 했다.

     

    일부 신협 조합원들은 신협에서 300만~500만원을 신용 대출받아 건강식품 구매 명목으로 소속 교회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하니파워에 연체 중인 은행대출(8억2천800만원)을 대환취급하고 은행(10.8%)보다 저금리(8.8%)를 적용하거나 연체이자(3천만원)를 감면하는 등의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들통났다.

     

    관계사인 금수원의 지시로 매년 기독교복음침례회 여름수련회 행사비를 지원했으며 유병언의 사진 4매를 1천100만원, 사진캘린더 12개를 240만원에 각각 사들이기도 했다.

     

    권 국장은 "신협에 대해 관계사인 금수원 지시로 매년 기독교복음침레회 여름 수련회 행사비를 지원하거나 유병언 사진 작품을 고가에 매입한 것은 사실상 신협을 사금고로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협중앙회는 금감원의 이런 검사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협중앙회는 유병언 일가의 신협 계좌에서 타행 송금하는 과정에서 세모신협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를 이용했을 뿐 신협 자금이 유출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신협중앙회는 "세모신협이 규모가 작은 직장신협으로 통상 금융결제원망 가입 전의 송금방식이었다"면서 "따라서 신협에서 유병언 일가에 자금지원한 사실은 없으며 사금고라고 적시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협중앙회는 하니파워 저금리 특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조합원들이 신용대출을 받아 건강식품 구매 명목으로 교회에 송금했다는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대출받아 이뤄진 금융거래로 확인돼 신협 법인의 부당한 거래로 간주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유병언 일가와 관계사가 해외로 빼돌린 금액만 4천30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병언 일가와 관계사는 해외현지법인의 투자지분 제삼자 무상양도 또는 헐값 처분, 잔여재산 미회수 등으로 총 760만달러의 투자자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천해지 등 관계사는 유병언 전 회장이 해외에 설립한 현지법인에 사진 매입 및 저작권료 지급 등의 명목으로 2천570만달러를 송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해외현지법인 자회사 설립신고의무 위반, 투자관계 종료 이후 청산보고서 미제출 등 총 1천만달러 이상의 외국환거래법규 위반사항 16건이 적발됐다.

     

    일가의 비리는 이뿐 아니다.

     

    천해지는 특수관계자인 아해프레스에 지급한 선급금(164억원) 및 재고자산(전시작품) 매입거래(4억원)를 감사보고서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다. 다수의 관계사도 업체간 지급보증, 유형자산 매매, 매출 및 매입거래 등을 재무제표 주석에 누락했다.

     

    자산 가격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 혐의도 짙다. 유병언 등 특수관계자에 대한 급여, 컨설팅비용 및 고문료 과다 지급, 재고자산 과대평가 등이 대표적이다. 천해지는 사진을 136억원에 사들였을 정도다.

     

    관계사 종업원을 동원한 자금 조성 혐의도 있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세모 종업원 등 1천35명이 보증기관의 소액대출보증서를 발급받아 184억원(1천821건)을 대출받았는데 실제 차주는 ㈜세모일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했다.

     

    세월호 관련 수사 중 손해사정법인의 한국해운조합본부장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 혐의 및 2009년 선박 보험사고와 관련한 과다손해사정 혐의도 연루돼 있다.

     

    또 주주명의를 위장분산한 혐의가 있다.

     

    지난 2005년 9월 21일 천해지의 1차 유상증자 시 증자대금(25억원) 납부 당일에 증자대금 전액을 ㈜새천년에 송금했다. 그해 9월 23일 2차 증자 때는 ㈜새천년이 마련한 증자대금(44억원) 중 31억원을 ㈜세모 우리사주조합 및 4개 관계사 명의로 분산 납입하는 수법을 썼다.

     

    은행들이 청해진해운에 대해 선박보험 담보를 취득하면서 운항관리능력 및 선박우선특권에 대한 검토를 누락해 담보에 의한 채권보전이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트라이곤코리아 등 자금용도가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관계사의 채무상환 지원임을 알면서도 은행들이 자금용도 심사를 생략한 점도 지적됐다.

     

    천해지에 대해선 은행들이 운전자금 한도 산정 예외적용대상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지속적으로 운전자금 한도를 초과대출해준 점이 지적됐다. 노른자쇼핑은 신규점포 개설에 필요한 세부 자금명세 및 점포 개설 여부도 점검받지 않고 기업운전자금대출 7억원을 받았다.

     

    천해지와 온지구 등은 운전자금을 대출받아 다른 관계사 및 관계인을 지원했고 아해는 시설자금대출 일부가 용도 외로 유용되었음에도 은행들이 사후 관리를 못했다.

     

    권 국장은 "청해진해운과 관계사는 대출받아 또 다른 관계사나 관계인에 부당 지원한 점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트라이곤코리아가 자금 통로 역할을 한 정황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의 관계사와 관계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이 3천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해진해운의 관계사 70곳 가운데 여신이 있는 46곳의 여신액은 3천365억원으로 집계됐다. 청해진해운의 관계인(186명) 중 여신이 있는 90명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금액은 382억원이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적발된 금융사와 임직원의 부당 행위에 대해선 강력히 제재하고 부당 대출금은 회수 조치할 방침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사의 자금 상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금융권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