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선사명 때문에...역사적 명성 '빛바랬다'
  • ▲ 청해진을 세운 해상왕 장보고 대사ⓒ완도군청 캡처
    ▲ 청해진을 세운 해상왕 장보고 대사ⓒ완도군청 캡처

  • ▲ 청해진 ⓒ완도군청 캡처
    ▲ 청해진 ⓒ완도군청 캡처

     

    "청해진의 자랑스러운 이름을 더이상 욕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격앙된 목소리엔 울분이 가득했다. 완도의 지역지인 청해진신문 김용환 발행인이다. 그는 지역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선사가 왜 굳이 회사이름을 청해진으로 했는지 야속하기 짝이 없다고 말한다.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이 끼친 사회적 폐해는 엄청나다.

    유무형,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 적지않지만 재앙수준의 초대형 참사앞에 그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진도와 가까운 완도는 예로부터 청해진 고을로 불렸다. 한때 군 이름을 아예 청해진으로 바꾸자는 움직임까지 일 정도였다. 통일신라시대인 828년 완도사람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여 동북아 해상권을 장악했던 자랑스런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서이다. 완도군과 지역민들은 그동안 '청해진' 브랜드化에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로 인해 자칫 '청해진'이라는 역사적 명성이 퇴색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 구조활동중인 청해진함 ⓒ제공=해군
    ▲ 구조활동중인 청해진함 ⓒ제공=해군

  • ▲ 아덴만의 청해부대 ⓒ
    ▲ 아덴만의 청해부대 ⓒ


    해군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심해잠수구조정으로 현재 침몰 사고 현장에서 구조 활동의 중심에 서있는 함정이 바로 청해진함이다.

     

    청해진함은 선체가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는 '자동함위치 유지기'와 제자리에서 방향을 바꿀수 있는 '함수 추진기', 4개의 닻을 이용해 위치를 고정하는 4묘박 시스템이 탑재된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해군은 이 배 명명 당시 장보고함과 더불어 역사적인 지명인 청해진을 우선 뎜두에 뒀었다.


    21세기 청해진을 꿈꾸며 이역만리 아덴만에서 우리 상선보호와 해적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부대의 이름도 바로 '청해'이다. 한국군 사상 첫 전투함 파병부대로 '청해' 역시 해군의 해양수호의지를 상징하기 위해 청해진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 ▲ 복원된 전라좌수영 거북선 ⓒ
    ▲ 복원된 전라좌수영 거북선 ⓒ

     

    전남 목포의 청해진선박연구소도 울상이다. 난데없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청해진해운과의 연관성을 물어오는 외부 문의에 시달리고 있다.

     

    199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라좌수영 거북선과 장보고 무역선, 조선통신사선 등의 복원 제작에 성공한 대표적인 한선 복원.제조업체로 청해진해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기묘한 작명법으로 회사 이름을 지은 뒤 관계사들로부터 꼬박 이름값까지 챙기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이 왜 선사명을 청해진으로 정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애꿎은 선사 때문에 1200여년간 이어져온 자랑스런 '청해진' 명성에 흠집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