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무원 무사안일 철밥통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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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에 지정한 예비 불법어업(IUU·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국가 단계에서도 수출 전면금지 같은 제재가 내려질 수 있어 늦기 전에 정부가 불법어업 근절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는 부처 공무원의 철밥통 의식과 관련 업계와의 유착 등이 제시됐다.


    1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IUU 국가 지정을 앞두고 실사에 나선 EU 수산총국 조사단이 사흘간의 조사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길에 오른다.


    EU 실사단은 9일 수출 수산물에 대한 어획증명서를 발급하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부산지원과 원양어선의 불법어업을 감시·감독하는 조업감시센터(FMC)를 방문해 운영현황을 살펴보고 10~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수부와 회의를 진행했다.


    해수부는 실사단이 아직 제도 도입 초기인 점을 들어 몇 가지 보완할 사항을 제시했지만, 원양산업발전법 개정 등 그동안 우리 정부가 취한 각종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 ▲ 그린피스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어업 근절을 위한 수산정책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그린피스
    ▲ 그린피스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어업 근절을 위한 수산정책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그린피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사단이 이번 방문에서 불법어업에 대한 벌칙조항 강화를 권고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실질적인 IUU 억제력으로 이어지기에는 사실상 미흡하다고 판단한 만큼 IUU 근절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린피스 박지현 해양 캠페이너는 "언론이나 정부는 현재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예비 불법어업국 딱지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EU의 관심사는 한국 정부가 불법어업 근절에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쏠려 있다"고 강조했다.


    박 캠페이너는 "IUU 통제법에는 예비 단계에서도 해당 국가에 대(對) EU 수출 전면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정부가 보고된 불법어업에 대해 개선안대로 처벌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되면 IUU 국가 지정 이전이라도 제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아직 불법어업국으로 최종 지정되지 않았다고 불법어업에 대해 자칫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원양업계와의 유착고리를 끊지 못하고 눈감아주면 당장에라도 제재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박 캠페이너는 "EU는 예비단계 지정을 통해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왕따시키려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한국 정부의 이행력과 의지력을 보려는 것"이라며 "법이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국 정부의 불법어업 근절 의지만 확실하다면 돕고 기다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 캠페이너는 정부 의지력 표명의 최대 걸림돌로 부처 공무원의 철밥통 인식을 꼽았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의연하고 진정성 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며 "지금의 해수부는 일부 진보적인 성향의 관리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해결에 적극적이지만, 대다수 공무원은 여전히 과거의 패턴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캠페이너는 "그린피스가 하필이면 실사단 조사가 시작된 9일 원양수산정책 개혁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도 해수부가 그런 압력을 느끼지 않으면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잘못은 인정하고 건전한 비판은 받아들이면 되는데 (해수부는) 반감부터 보인다"고 부연했다.


    해수부 내 반응은 엇갈린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2011년 예비 지정 때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당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거 같다"며 "불법어업 근절 대책으로 우리 일부 원양업체가 위축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린피스의 훈수에 대해 "양국 간 협상에 앞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매너 아니냐"며 "NGO(비정부기구)로선 당연하겠지만, 자신의 목적의식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동에 가타부타 얘기하기도 그렇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EU는 내부 협의 절차를 거쳐 오는 9월께 IUU 국가 지정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