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발목 잡아 이미지 하락

'불닭볶음면'으로 또 한번의 특수를 노린 라면업계 명가 삼양식품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은 데 이어 지난달엔 라면에서 GMO(유전자변형농산물)가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깨끗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먹거리 시장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기업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삼양식품은 정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전통라면의 명가라는 말이 퇴색되고 말았다. 

이미지 손상은 결국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연이은 악재가 겹치면서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불닭볶음면 선전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3위’ 굴욕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시장점유율하락이다. 

삼양식품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13% 증가한 80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3% 증가한 35억원, 영업이익률은 4.3%를 기록했다. 그나마 불닭볶음면의 의외의 선전이 매출 상승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매출액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시장점유율하락으로 1년 넘게 3위에 머무르면서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위인 오뚜기는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멀찌감치 앞서 가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의 라면시장 자료에 따르면 5월 삼양식품은 12.4% 점유율로 18%를 기록한 오뚜기에 여전히 밀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설상가상으로 해외 수출에도 악재를 만났다. 지난달엔 라면에서 GMO(유전자변형농산물)가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터키 수출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터키로 수출한 삼양식품 일부 라면이 GMO 판정을 받고 13톤에 달하는 제품이 전량 폐기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수출업체 아토넬이 터키에 수출한 삼양식품 라면제품의 ‘GMO 성분조사’를 공인시험기관인 한국에스지에스에 의뢰한 결과 대두에서 GMO 성분이 일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난 것.

삼양식품이 해외 수출에 발목이 잡힌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 2010년부터 다음해 6월까지 삼양라면·김치라면·수타라면 등 제품 3종을 중국에 수출해왔는데 중국 당국으로부터 뒤늦게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삼양라면은 대장균과 세균총수가 중국 기준치를 초과했고, 다른 두 제품은 수분이 기준치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이 최근 내수 부진으로 적극적인 해외 수출을 모색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해외 수출 중단은 삼양식품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인장 회장, 잇따른 잡음 경영능력 적신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오너의 리더십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새어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 회장이 취임한 2010년 이후 실적 및 이미지 하락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공정위에 계열사 부당지원이 적발되면서 드러난 오너가의 도덕성 논란도 삼양식품에 악재로 작용한다. 공정위는 삼양식품이 최근 5년간 이마트에 라면을 남품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인 라면수프 제조사인 내츄럴삼양을 끼워 넣어 ‘통행세’를 챙겼다며 과징금 26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문제는 부당이익을 챙긴 업체인 내츄럴삼양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소유한 회사란 점. 내츄럴삼양은 전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전 삼양식품 사장과 전 회장이 63.2%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 회장의 아들인 전병우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기업인 비글스가 내츄럴삼양 지분 26.9%를 소유하고 있다.

결국 삼양식품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을 오너일가의 회사에 몰아 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오너일가의 도덕적해이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전 회장의 아들 회사인 비글스는 과거 삼양식품의 주가가 오를 때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사고팔아 관련 업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라면의 원조 삼양식품이 원조다운 면모를 다시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