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조합측 의견 대립, '감정평가' 낮아 갈등 키워
  • ▲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는 의미로 걸린 '빨간 깃발'이 동네 곳곳에 걸려 있었다.ⓒ뉴데일리
    ▲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는 의미로 걸린 '빨간 깃발'이 동네 곳곳에 걸려 있었다.ⓒ뉴데일리



    "비대위는 분담금에 대한 부담으로 사업 반대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잘 알고 있지만 결국 재개발로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사업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사업 찬성측 주민A씨)

    "지금도 멀쩡히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2억이라는 큰돈을 분담금으로 마련하라니 말이 되는가. 한순간에 집에서 쫓겨날 판국이다. 그들도 우리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사업 반대측 주민B씨)

    서울시는 지난 2005년 은평구 수색동 일대 89만3606㎡의 면적을 3차 뉴타운(수색·증산)으로 지정했다. 그 중 수색4재정비촉진구역은 6만3231㎡ 규모로 공동주택 15개동, 1076가구와 각종 부대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오는 29일 관리처분 총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곳은 주민들간의 첨예한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다. 재개발 사업을 진행시킬려는 조합측과 반대를 주장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간의 입장차가 커서다. 이에 지난 2일 갈등과 대립속에 빠져있는 수색4구역을 찾았다.

    ◇ 경의선 기준 '극과 극'의 모습

    경의선 전철을 타고 방문한 이날 수색역 일대의 첫 인상은 '극과 극'이었다. 경의선을 기준, 반대편 상암동 일대는 MBC·SBS 등을 비롯한 방송사들과 대형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서 활기가 가득했다. 반면 수색동 주변 모습은 가파른 언덕길에 들어선 노후화된 건물들로 인해 상암동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풍겼다.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일체 건축행위가 중단됐고 부동산거래도 멈췄기 때문이다.

    갈등의 중심인 '수색4구역'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기자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빨간 깃발'과 '플랜카드'였다. 건물 외벽에 꽂혀 있는 깃발들과 얼마전 발표된 감정평가를 규탄하는 플랜카드가 곳곳에 걸려있었다. 조합측과 비대위간 갈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동네 주변에서는 주민들이 이번 재개발과 관련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사업진행 과정, 보상문제 등 여러 주제들이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주민들은 기자의 질문에 경계의 눈초리로 "할 말이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역의 부정적 모습이 언론에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럽다 것이 이유였다.

    어느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민감한 사항이라 답변드리기 곤란하다"며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 ▲ 비대위측은 이번 재개발 사업과 관련 '해산동의서'를 주민들로 부터 받고 있었다.ⓒ뉴데일리
    ▲ 비대위측은 이번 재개발 사업과 관련 '해산동의서'를 주민들로 부터 받고 있었다.ⓒ뉴데일리



    ◇ "감정평가 턱없이 낮다"

    주민들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낮게 책정된 감정평가 금액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택가 진입로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 주민은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9년 전 이사 올 당시 6억7000만원에 집를 매입했는데 감정평가 금액은 5억2000만원으로 책정됐다"면서 "노후자금으로 마련된 모든 돈을 분담금으로 내면 결국 자식들 눈치보고 살 수 밖에 없다"고 억울해 했다.

    찬성쪽 주민들도 낮은 감정평가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50대 주민 K씨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 지역 집값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감정평가 금액이 높으면 재개발 이후 아파트 분양가도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색동 개발호재 관해서도 치열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찬성측 주민은 "경의선 수색역을 비롯해 트리플 역세권인 DMC역이 가까워 개발 호재가 풍부하다. 현재 상암동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며 "당장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측 관계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미분양 사태가 반복되는 요즘 국내 아파트 시장은 침체에 빠져있다"며 "역세권 개발 호재가 있지만 재개발된 수색 아파트 값이 오를지 장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확실하지 않다는 주장인 것이다.

  • ▲ 수색4구역의 주거환경 개선은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노후화된 건물들과 주변시설물들이 위험해 보였다.ⓒ뉴데일리
    ▲ 수색4구역의 주거환경 개선은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노후화된 건물들과 주변시설물들이 위험해 보였다.ⓒ뉴데일리



    ◇비대위VS조합, 평행선 대립 계속돼

    안정행정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 수색동 인구 평균연령은 은평구에서 불광2동과 함께 42세로 가장 높았다. 실제 60∼70대 노인분들이 주택 밀집지역에서 힘겨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비대위측은 이같은 사실을 근거로 수색4구역 주거민들이 연령대가 높아 사업 절차·법령에 이해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수색4구역 고연령대 주민들이 부당한 조합측 논리에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생길지 모를 추가 분담금, 이주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지적했다.

    비대위측 관계자는 "어르신들 대다수가 이번 사업의 현실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편"이라며 "총회 당시 어려운 법률 용어를 섞어가며 사업 설명할 경우 어르신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사실로 조합측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경우"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보이는 것이기에 반대쪽 입장에서는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면서도 "주민들에게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설명한 행위는 설득의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추가 분담금과 관련해서도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준비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예비비로 150억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며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되면 예비비로 충당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사업과정에서 임대주택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부분이다. 사업 과정에서 발생된 불이익을 겪을 주민들을 위한 배려적 차원인 것이다. 수색4구역에서도 임대주택 186가구 계획돼 있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분담금이 부담스러운 주민은 이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임대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일부 주민들이 '내 집 놔두고 임대주택에 살아야 하냐'면서 반대하는 입장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 "서울 아파트값이 비싼 만큼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 비대위측은 공개된 감정평가 결과가 터무니 없게 낮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의의 표시로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뉴데일리
    ▲ 비대위측은 공개된 감정평가 결과가 터무니 없게 낮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의의 표시로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뉴데일리



    ◇해결책은 어디…해당 지자체 무성의한 답변

    관리처분 총회를 3주 앞둔 수색4구역 갈등은 해결의 조짐이 없어 보였다.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을 통해 환경변화가 발생되면 실제 재산가치는 증가할 것"이라며 "지금은 비록 힘들지만 반드시 주민들에게 좋은 쪽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대위측의 참여를 당부했다.

    그러나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이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조성된 것"이라며 "전체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소수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총회 진행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총회 진행도 주먹구구식이 아닌 주민들에게 재산 가치성을 공식적으로 문서화해서 공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에서도 해결책 제시가 요구된다. 

    감정평가전에 실시된 실태조사가 서류상으로 진행되는 '탁상행정'이기에 실제 감정평가와는 차이가 있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이 차이가 오해와 갈등을 키웠기 때문이다.

    실태조사는 '약식감정'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의 일환이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구청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예산편성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자체에게 위임한 것이므로 구청 소관"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예산상의 문제로 현장조사보다는 문서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시의 설명과는 다른 답변을 내놨다.

    이같이 지자체 조차도 책임을 회피하며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건축 사업은 애초 모든 주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재건축과정에서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은 불가피하고 말한다.

    수색역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재개발이)결국 지지부진한 상태로 불거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몫으로 돌아간다"며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지 구체적인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공을 맡은 A건설 관계자는 "어느 사업장이든 주민간의 갈등은 있기 마련"이라며 "수색4구역 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조합과 협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