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벤더업체, 로비전담...리베이트를 부르는 구조문제가 '갑을관계' 키워
납품업체, 재고 부담에 자사직원 동원해 '역구매' 일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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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 사건으로 홈쇼핑 업계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일고 있다. 특히 뚜렷한 '갑'과 '을'의 구조가 홈쇼핑 '비리 관행'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초기 취지와 달리 홈쇼핑 업계는 비리 복마전과 다름없다.

    특히 납품업체가 제품을 판매하고자 할 때 상품을 제안 및 선정하는 유통업계의 슈퍼 '갑'인 MD(상품기획자)와 이를 연결해주는 벤더업체가 '로비 전담'의 대표적 사례다.

    업계에 따르면, 벤더업체들은 제조사에서 일명 '수수료'를 받은 뒤 이를 이용해 MD와 홈쇼핑 임직원들에게 방송 입점을 청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리베이트를 부르는 구조적 문제에 유관부서인 상품선정협의회, 품질안전담당, 편성팀 등도 상호견제보다는 MD와 조직적 유착에 나서고 있어 비리 근절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홈쇼핑 납품업체 한 관계자는 "TV홈쇼핑 방송을 통해 매출이 올라도, 벤더업체에 수수료를 건네느라 큰 이익을 못 보는 사례도 많다더라"면서 "하지만 영세업자의 좋은 상품을 발굴·기획해 판매로 이끌어주는 현재 벤더업체들의 역할은 업계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MD의 역할을 벤더업체들이 수행하니 그만큼 납품업체들은 부담이 두 배로 드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납품업체들, 완판 위해 자사상품 '역구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납품업체들은 '강제 완판'을 위해 자사 직원을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첫방송에서 매진이 돼야 입소문을 타고, 다음번 재계약 시에도 유리해 '전상품 매진'을 위한 무리한 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 '론칭 방송'은 전 직원을 동원해 1인 1구매를 의무화하는 기업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납품업체들의 이 같은 행위는 결국 판매 후 재고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며 "방송을 해야만 매출이 나오기에, 차라리 반품을 할지언정 자사직원을 동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반품까진 14일이 소요되기에 그 전의 매출실적으로 재계약을 노리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선정을 할 때 반품률도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다"며 "반품·환불 기간인 2주가 지나고서 취급고를 내고 최종 실적으로 편성을 결정한다"면서 "납품업체들도 평가기준을 잘 알텐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납품업체들의 이같은 행동이 홈쇼핑사들과의 '갑을관계'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D는 매진을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홈쇼핑사는 직매입 구조가 아니기에 매출이 낮으면 편성을 안 하면 그만이다"라며 "그저 납품업체들의 홈쇼핑 눈치보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 재승인 심사를 앞둔 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 등 3개 사업자 심사계획은 오늘 11월 공표될 예정이며 홈앤쇼핑은 2016년에, GS홈쇼핑·CJ오쇼핑은 2017년에 각각 재승인 심사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