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韓 불법어업국 지정 내년 1월까지 유보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를 불법어업(IUU·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국가로 지정할지를 내년 1월 이후 내리기로 했다.

2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마리아 다마나키 EU 해양수산 집행위원은 이날 현지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6개월 동안 한국과 EU가 진행하는 불법어업 근절 관련 협의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나, 네덜란드령 퀴라소 등도 이날 유예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애초 EU는 오는 9월 한국의 불법어업국 지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최종 결정을 내년 1월 말까지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로써 EU의 최종 평가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불법어업 예비 비협력국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EU는 지난달 대표단을 한국에 파견해 불법어업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등에 대해 실사작업을 벌였다.

이날 최종결정 유예는 우리나라의 불법어업 방지와 제도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원양산업발전법 개정, 조업감시센터 기능 강화 등 불법어업 근절을 위한 조치들의 이행상황을 지켜본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로선 EU와 협상할 시간을 벌고 불법어업국 지정을 피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그동안 해수부와 외교통상산업부 등은 EU의 불법어업국 최종 결정 시기를 늦추려고 총력전을 펴왔다.

EU는 지난해 11월 어선위치추적장치(VMS) 부착 의무화 미비, 조업감시센터 설립 지연 등 불법어업 단속 의지 미흡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EU가 우리나라를 불법어업국으로 최종 지정하면 국내에서 생산·가공한 수산물의 EU 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우리나라 어선의 EU 내 항만 입항도 불가능해진다. 불법어업을 자행하는 '해적국가'로 낙인 찍히는 불명예도 피할 수 없다.

미국도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분류해 놓은 상태이고, 불법어업 문제로 갈등을 빚는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해지는 등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수부는 불법어업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EU가 요구하는 조업감시센터(FMC) 설립은 물론 어획증명서 발급 때 어선위치추적장치 기록과 조업기록 대조 등을 대폭 수용했다.

또 위성을 이용한 전자조업일지 시스템 구축과 원양어선의 어획실적 일일보고 전환, 국제규범 수준의 원양산업발전법 재개정 등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문해남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일단 시간을 갖고 EU와 협상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제도개선 등을 통해 불법어업 근절 의지를 분명하게 심어주어 예비 불법어업국 지위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