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들여 해로드 앱 개발…해양조사원은 개발비 없이 기업과 사업
  • ▲ 해양용 네비게이션 모습.ⓒ국립해양조사원
    ▲ 해양용 네비게이션 모습.ⓒ국립해양조사원

    해양수산부가 예산을 들여 바다에서 뱃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을 개발한 가운데 해수부 산하기관에서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민간기업의 개발사업 참여를 이끌어내 혈세 낭비는 물론 엇박자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수부는 2012년부터 사업비 3억5000만원을 들여 소형선박 선주와 레저활동 이용자를 위한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 '해로드(海 Road)'를 개발했다.


    해로드는 전자해도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의 지리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해 이용자 위치와 이동 경로를 알 수 있는 해양용 내비게이션이다.


    바다에서 경·위도를 입력해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고 앱을 실행한 후 표시되는 이동궤적을 즐겨찾기에 저장했다가 불러와 이용할 수 있다.


    해역별 해양기상정보 조회는 물론 긴급 상황 발생 때 인근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실과 통화하거나 이용자 위치정보를 해양경찰청과 지인 등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SOS 기능도 갖췄다.


    해수부는 8월 초부터 시범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해수부 산하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도 차량용 내비게이션(아이나비)을 만드는 팅크웨어와 손잡고 소형선박용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해양조사원과 팅크웨어는 오는 31일부터 1차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서비스에는 조석예보를 비롯해 섬이나 해수욕장의 갯벌체험 시간 등 관광정보가 포함된다.


    거가대교(부산~거제도)처럼 해저터널이나 해상교량을 지날 때는 3차원 바다지형도 화면에 보여준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내년부터 항해용 전자해도와 실시간 해양정보 등을 단계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라며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앱이나 이동형 장치를 통해 요트나 낚시, 해양레저 스포츠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수부와 산하기관이 선박용 내비게이션을 따로따로 개발해 내놓는 셈이다.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해로드에는 SOS 부가기능이 있고 해양조사원이 참여한 제품은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우선 적용되는 차이는 있다.


    그러나 개발 목적이나 이용 대상이 같고 앞으로 제공될 콘텐츠나 적용 기기 등을 따져보면 중복되는 사업으로 '불통 행정'에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수부는 앱 개발을 위해 외부용역을 통해 3억5000만원의 예산을 썼다.


    반면 해양조사원은 전자해도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개발은 팅크웨어가 맡기로 협약을 맺어 예산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소비자 요구에 맞는 다양한 기능을 발 빠르게 제공하고 개발한 제품이 사장되지 않게 유지 관리하려면 비용이 계속 투자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민간시장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앱 개발과 관련해 전자해도를 쓰는 문제로 해양조사원과 협의한 적은 있지만, 해양조사원이 민간기업과 손잡고 선박용 내비게이션을 만든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산하기관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