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던 장혁이 이제 울리기까지 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 조진국, 연출 이동윤, 이하 '운널사') 11회에서는 이건(장혁)이 쓰러진 후 기억장애로 미영(장나라)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건은 병원에 이송된 후 의식을 찾았지만 미영과의 결혼과 사랑, 아이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는 유전병인 헌팅턴무도병(주로 30~40대 발병하는 무성 유전병)의 증상으로 지난 3개월 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 것. 

그 틈을 타 세라(왕지원)는 미영에게 건의 옆을 떠날 것을 종용하며 건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려 하고, 미영은 이 과정에도 꿋꿋이 건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그의 개인 비서를 자처하게 된다. 결국 건은 '김미영'이라는 이름 세 글자와 함께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달팽이 ♥ 개똥이'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미영에게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미영과의 계약 결혼 사실을 알게 된 건은 그녀와 자신이 아이가 태어나면 합의 이혼할 관계라고 착각하게 되고, 미영에게 "나한테 돈 받고 아이 낳아주고 이혼하는 조건으로 결혼한 거 맞습니까? 뱃속의 그 아이가 내 아이가 맞습니까?"라는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만다. 

그 와중에 결국 미영의 진실된 마음이 가득 담긴 육아일기와 책상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막대사탕을 발견한 그는 자신을 붙잡는 세라의 손길도 뿌리친 채 "세라야 나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미영과의 애틋했던 지난 기억을 떠올린다. 

이에 건은 달리는 차 안에서 미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에 담아 놓은 슬픔이 넘칠 듯 "달팽아~ 달팽아~ 개똥아~"를 부르짖으며 오열했고, 이 같은 건의 모습에 안방극장 역시 건과 같은 마음으로 그를 지켜봤다. 

이처럼 장혁은 건의 감정선을 진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장혁은 모진 소리를 내뱉을 때는 그 어떤 때보다 차가운 눈빛과 무표정으로 일관했고, 사랑의 추억을 하나, 둘씩 꺼낼 때는 촉촉해진 눈으로 건의 마음을 대변했다. 

무엇보다 육아일기와 막대사탕 등 미영과의 추억이 깃든 물건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물샘마저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육아일기를 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 흘리는 눈빛에는 왠지 모를 슬픔, 안타까움, 사랑 등이 모두 담겨있었다. 

특히, 터널을 지나는 차 안에서 흔들리는 동공과 붉게 물든 눈시울로 달팽이를 부르짖는 처절한 모습을 통해 장혁의 미친 연기력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12회는 7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혁, 사진=㈜넘버쓰리픽쳐스/페이지원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