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 위해 두 수장 화해해야" KB 안팎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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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은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템플스테이를 떠났다.
KB금융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비롯한 KB금융 임원들이 22일 오후부터 수도권의 한 사찰에서 1박 2일 일정의 템플스테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두 수장의 경징계로 KB금융은 경영공백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회장과 임 행장의 '2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가 하면, 이번 심의위 결정에 반발하는 노조의 시위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번 템플스테이가 갈등 봉합을 위한 계기가 될 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공백 부담 사라져… KB금융·국민銀 모두 '안도'
금감원은 지난 21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는 경고와 함께 경징계에 속하는 제재수위다.
이들에 대한 제재심의는 두 달 넘게 미뤄져 왔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이들에 대한 중징계 사전통보를 내린 바 있다. 그 후 질의응답과 소명을 거쳐 6월 중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21일 열린 마라톤 회의 끝에 22일 새벽에야 마무리가 지어진 것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 측은 최종 결과가 낮아지자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의 소명이 받아들여져 다행"이라며 "다만 KB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징계의 최종 결정이 남아있는데 그 결정마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에서 불거진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경징계를 결정했다. 또 이 행장에 대해서는 도쿄지점 부실 대출에 대한 당시 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으로서의 책임을 물어 경징계를 결정했다.
KB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임영록 회장의 관리 책임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는 다음달 열린다. 금융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제재도 경징계로 그치지 않겠는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징계가 경징계로 그친 점, 감사원이 유권해석을 통해 임 회장의 손을 들어준 점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징계 수준이 경징계로 낮춰져 천만다행"이라며 "이제 최고 경영진들이 경영 현안에 집중해 경영공백을 메꾸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내부 갈등 '후폭풍' 우려… "양측 간 갈등 풀어야"
두 수장에 대한 생사의 기로는 결국 ‘생’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이들이 풀어갈 숙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무엇보다 주 전산기 갈등 사태와 관련해 양측 간에 쌓인 앙금을 풀고 조직을 추스려야 하는 게 당면 과제다.
금감원 한 고위관계자는 "경징계 확정으로 두 사람이 유임되면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 이상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두 사람 사이에 쌓인 앙금이 풀리지 않는다면 이들의 싸움은 반복될 것이다. ‘제2라운드’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계열사 사장을 비롯한 임원 인사와 LIG손해보험 인수 마무리 등의 현안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B투자증권·생명·자산운용·부동산신탁·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대표의 임기가 지난 7월 만료됐다. 국민은행 임원 중에선 리스크관리본부장·상품본부장·WM사업본부장·서영업추진본부장 등 4명의 본부장이 역시 지난달 임기 3년을 채웠다.
그러나 임 회장의 금감원 제재가 늦어지면서 이들에 대한 인사는 지금껏 미뤄져 왔다.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도 어려운 과제로 남았다. 국민은행 노조들이 ‘낙하산 인사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더욱 격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 제1노조(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주부터 여의도 본점과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제3노조(KB국민은행노조)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들 노조가 경영진의 중징계를 주장해 온 만큼 이번 제재 결정에 반발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달랠 것인지도 숙제다.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이제 두 수장이 화합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 한 직원은 "이제는 은행 내부의 갈등을 봉합해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두 수장의 대승적인 화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비롯한 KB금융 경영진들은 그룹의 대동단결을 위해 템플스테이를 떠난다.
22일 오후부터 수도권 인근 한 사찰에서 실시하는 1박 2일 일정의 이 템플스테이가 경영진의 갈등을 봉합하는 계기가 될 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