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통과 늦어져 농민들 걱정
  • #. 서산에서 농사짓는 농민 최모씨(64)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농협에서 공동 구매, 판매 사업을 하지 못할 경우 농가들이 비료회사에서 개별로 기존보다 비싼 비료를 구입해야 되기 때문이다.

    최모씨는 "안그래도 남는 것 하나 없는데 농사를 지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농협이 재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신속하게 나서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농협중앙회는 공동 구매 및 판매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경제지주로의 이관을 앞두고 있다. 이관 작업이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가로막혀 아직도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상태다.

    불공정거래법 적용 배제, 자기자본 초과 출자 허용 등의 내용을 반영한 농협법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어 정부의 본래 취지인 '농업인 이익 기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 공동 구·판매 사업 경제지주로 이관시 불공정 거래로 간주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한다. 이때 법 개정없이 현행대로 이관할 경우, 경제지주와 그 자회사는 상법 및 공정거래법(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농업인 지원 사업인 공동 구·판매사업 등이 불공정 거래로 간주된다.

    현재 농협 계통구매 시장점유율이 생활물자 80%, 비료 96%, 농약 76%, 농기계 66%, PE필름 6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로 간주되면 과징금만 6759억원이 부과될 것으로 추정돼 농협 경제지주는 사실상 지원사업을 시행할 수 없게 된다. 농업인들에게 큰 불이익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부문이 농협 경제지주로 분리되면서 상법이 적용되는 특수 사례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현 공정거래법을 바꾸자는게 아니라, 농협법 개정을 통해 현행 공정거래법 특례조항을 두는 내용을 반영하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반영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농업인을 도와주지 못하게 되는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덕수 국회의원(인천 서구·강화을)은 농협 경제지주가 경제사업을 현행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안'에 일부 규정을 적용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농업협동조합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안덕수 의원은 "공정거래법에 예외를 적용하더라도 다른 유사한 예외 요구가 발생하기 어렵고,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에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감안해 기존 농협중앙회에서 시행해 오던 공동 구·판매사업과 저리자금 지원을 경제지주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시급하고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라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2년 3월 정부 주도의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에 따라 금융과 경제사업을 각각 금융 및 경제지주로 이관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5년 2월까지 판매·유통사업을, 2017년 2월까지 판매·유통을 제외한 경제사업(자재, 회원경제지원)을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경제지주회사에 이관한다.

    ◇ 자기자본금 한도 초과 문제

    농협중앙회의 외부출자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도 남아있다.

    이 개정안은 농협중앙회가 농협법에 따라 경제사업 활성화, 경제사업의 지주 이관 등을 진행하는 경우 자기자본 범위를 초과한 외부출자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 농협법상에서는 자기자본을 초과해서 출자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농협은 지난 2012년 농협경제지주회사와 농협금융지주를 나누는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미 자기자본금 한도를 초과했다. 사실상 이 개정안이 통과돼야 사업이관이 가능한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사업이관을 검토하면서 법률이나 세무상 제약사항들이 제기됐다"며 "이관에 따른 문제점들을 농식품부에 건의해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