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률 줄어도 세수는 2.8조 증가...조세저항 적고 국민건강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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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달콤한 '죄악세'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죄악세 성격의 술·담배 세금을 늘릴 경우 세수 증대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담배시장 규모가 10조, 주류출고액이 7조3000억원 수준이고 각각의 세율이 62%와 93%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늘어날 세수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경제살리기와 복지, 안전 등 재정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형편에 죄악세를 늘릴 경우 증세를 하지 않고도 빈 곳간을 채울 수가 있다.

     

    직접세와 달리 조세저항도 없고 여기에 국민들의 건강까지 챙긴다는 명백한 구실도 있다.

     

    역대 정부마다 죄악세를 만지작거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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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률 줄어도 세수는 2.8조 증대 효과


    죄악세는 사회적으로 죄악시 되는 물품에 붙이는 세금이다.

     

    범죄는 아니지만 나쁜 짓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만큼 악행세라고도 불린다.

     

    정부가 술과 담배 등에 세금을 매기는 명분은 이같은 부정적 외부효과에 기인한다.

     

    세계적으로는 면죄부 판매세, 턱수염세 등 얼토당토않은 세목도 있었지만 대부분 술과 담배 등에 부과된다.

     

    수년전 우리나라에서는 비만의 원인이 된다며 정크푸드와 청량음료에 비만세를 부과하려다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10년만에 담뱃값을 2000원 가량 올리겠다는 정부는 흡연률 감축을 제1의 목표로 내세웠다. OECD 국가중 최상위권인 43%의 흡연률을 2020년까지 29%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흡연과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5조 가량이라는 통계에 비춰보면 여기까지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담뱃값을 올리고 흡연률을 낮춰도 정부의 세수는 오히려 늘어난다.

     

    흡연자 수는 감소할 지 몰라도 평균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원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니 담뱃값의 62%에 달하는 세금 인상분은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2조8000억원의 세수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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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간 주류 출고액 7조3000억...5%만 붙여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 일각에서는 술에 붙는 주세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담배처럼 술에도 건강증진기금부담금을 부과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세를 올려 알코올 중독을 적극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쓴다는 입장이다.

     

    현재 소주와 맥주 위스키 등 증류주에는 72% 세율이 일괄 적용되지만 부담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세에 교육세 30%와 부가세 10%가 더해지면 증류주의 전체 세율은 자그만치 93%에 달한다.

     

    담배와 달리 소비 감소폭도 적을 것으로 보여 부담금까지 부과할 경우 정부의 세수증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09년 담뱃값 1000원 인상과 함께 술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을 검토했던 복지부는 당시 주류 출고가의 5% 수준으로 부과할 경우 연간 1250억원의 기금이 확보될 것으로 추산했다.

     

  • ▲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뉴데일리 DB
    ▲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뉴데일리 DB

     

    정치권 일부와 의료계 등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죄악세 성격의 과세를 꾸준히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담뱃값 인상 논의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해진 요즘 시대에 불가피한 시대적·환경적 흐름에 따른 것"이라며 불가피성에 방점을 뒀다.

     

    의료계에서는 술과 담배의 부정적 외부효과가 25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 폭을 더 높이고 주세도 함께 올려도 부족할 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담배와 술값 인상은 결국 정부가 증세 대신 서민들의 부담만 늘리는 꼴이라며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간접세의 성격상 과세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역진성 문제도 낳는다는 얘기다.

     

    납세자연맹은 "정부가 조세저항이 심한 직접세를 더 걷기엔 정치적 부담이 커지니까 술이나 담배 등에 붙는 속칭 죄악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은 국가가 세금을 걷을 때 지켜야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평과세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부족한 세수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부자 증세 없이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죄악세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현재로선 주세율을 당장 조정할 계획은 없다"면서  다만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담배와 술 등 품목에 대한 접근성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올릴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또 "증세 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담뱃값과 주민세 인상이 증세가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곤혹스런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