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원천 차단" vs "은행 편중 경영 우려" 의견 엇갈려이사회, '따로' 선출 무게… "겸임이 낫다는 증거 없어"
  • ▲ KB금융이 새 리더 뽑기에 나선 가운데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이번에도 따로 선출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 NewDaily DB
    ▲ KB금융이 새 리더 뽑기에 나선 가운데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이번에도 따로 선출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 NewDaily DB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두 수장을 한꺼번에 잃은 KB금융이 새 리더 뽑기에 한창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1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임영록 전 회장의 후임자를 물색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회추위는 오는 26일 두 번째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가운데 KB금융 차기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회장과 은행장 싸움, 원천적으로 막아야"

일각에서는 KB금융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KB사태가 임 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간의 갈등이 원인이 된 만큼,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겸하면 이 같은 갈등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회장과 행장 간의 갈등 구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KB금융지주 체제 도입 초기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이 회장 자리를 놓고 다툰 사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간 권한도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권에선 이런 이유로 경영 과정에서 지주 회장이 은행장에게 계속 간섭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제기된다. KB금융 자산 중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가까이 되기에, 지주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해도 경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2009년 설립된 산은지주는 현 홍기택 회장을 비롯, 지주 회장이 줄곧 산업은행장을 겸하고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도 지난해 5월 회장에 선임된 이후 현재까지 행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외에 박인규 DGB금융 회장·김한 JB금융 회장도 각각 대구은행과 전북은행장을 겸하고 있다.

◇ "안그래도 은행 의존도 높아 말 많은데…"

반면,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따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조직 자체가 별개인 만큼, 한 사람에게 두 조직을 맡도록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KB금융은 지주사의 포트폴리오가 은행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하게 되면, 조직 운영 역시 지나치게 은행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KB사태처럼 최고경영자의 유고가 발생할 때 경영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각자 선출 필요성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금융사들이 조직 슬림화에 나서면서 지주사 사장 자리를 없애는가 하면, 회장이 은행장을 겸하도록 하는 게 유행인 양 번지고 있는데, 이 경우 지주사 사장이 업무를 할 수 없게 되면 은행까지 경영 공백 상태에 빠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사회 역시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따로 뽑아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영진 KB금융 회추위 위원장(이사회 의장 직무대행)은 "지주사와 국민은행은 별도 조직인데 두 조직의 최고경영자(CEO)가 한 명인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지주사 체제 문제라기보다는 운영에서 나타난 문제로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할 때 겸임하지 않는 것보다 (KB금융에서) 경영이 잘 됐다는 사례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