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KB 흔들기·갈등구조 이면 이사회가 '막장구도' 키워
  • ▲ KB금융 사태가 결국 두 수장의 사퇴로 마무리됐다. 금융권에선 두 수장 뿐 아니라 금융당국 및 이사회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NewDaily DB
    ▲ KB금융 사태가 결국 두 수장의 사퇴로 마무리됐다. 금융권에선 두 수장 뿐 아니라 금융당국 및 이사회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NewDaily DB

    KB금융 사태가 결국 지주사 회장의 해임과 은행장의 자진 사퇴로 마무리됐다. 지난 8월 말 산사(山寺)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마음을 새롭게 다지겠다고 할 때만 해도 봉합되는 듯 하던 경영진 내부 갈등은 결국 풀리지 못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결국 템플스테이를 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두 수장 모두 취임한 지 1년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비극적인 결말은 표면적으로는 두 수장의 갈등에서 야기됐다. 하지만 KB금융 안팎에선 이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KB금융 사태의 이면엔 관치에 의해 독립성을 잃은 금융체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이사회 등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 "KB금융 사태는 금융당국 실패작"

수장들을 한꺼번에 잃게 된 KB금융의 새 리더로 누가 선임될 것인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벌써부터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몇몇의 이름이 거론될 정도다.

KB금융 안팎에서는 "이번 KB금융 사태는 결국 금융당국이 낳은 실패작"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치 인사를 선발한 것부터, 두 수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시간 끌기에 나선 것까지 모두 금융당국의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될 경우, 사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과거 여러 번의 금융지주 인사문제에서도 오늘의 KB사태와 유사한 사례를 적나라하게 경험해 왔다. 그럼에도 이 같은 수준 이하의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우리의 금융산업 수준을 하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결국 둘 다 중징계를 내려 내쫓을 거면서,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론은 당초 지난 6월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심의위는 '당사자의 소명을 더 들어야 한다'며 지체시키다가 8월이 돼서야 두 수장에게 경징계를 의결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이 전 행장에게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확정하고, 임 전 회장에게도 같은 내용의 징계를 내릴 것을 금융위에 건의했다. 금융위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인사는 "어차피 중징계를 내릴 거면서 시간만 끌어온 셈"이라며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KB를 흔들어 경영 불안을 야기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 "이 지경 만들어 놓은 이사회는 책임 없나"

이번 사태와 관련,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 이사회의 책임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두 수장을 선발하고 쫓아낸 주체가 모두 이사회라는 지적이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위원장은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을 선임시킨 주체도, 몰아낸 주체도 결국 양 사의 이사회"라며 "두 수장이 물러난 이 상황에서 이사회 구성원인 사외이사들은 왜 한 사람도 책임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회장은 지난 17일 저녁 이사회가 해임결의안을 의결함으로써 회장 직을 잃었다. 이 전 행장 역시 표면상으로는 자진 사퇴지만,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 거취는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거취 문제가 이사회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다.

갈등구도의 이면에 이사회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KB금융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갈등구도에는 이사회도 얽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 전산기 교체를 놓고 두 수장이 보인 갈등의 이면에는 임 전 회장과 친분관계가 있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있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