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양자 '무임승차' 막고 재산 과세율도 조정... 4대중증 등 보장증가...2016년부터 적자
  •  

    소득중심으로 개편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이달말 윤곽을 드러낸다.

     

    모든 소득이 아닌 일부 소득으로 변경되긴했지만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대 중증질환 등 보장 범위도 확대돼 오름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이자와 배당, 연금소득에 새롭게 보험료가 부과된다. 월 1만원대의 저소득층 기본보험료도 생겨난다.

     

    여기에 기획단이 정부에 떠넘긴 소득있는 피부양자와 재산에 대한 부과율 조정까지 더해질 경우 실제 인상률은 두자릿수를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퇴직·양도소득과 상속·증여소득은 제외되고 자동차도 37년만에 부과대상에서 빠진다.

     

    지난해 7월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은 그간의 논의 결과를 상세 보고서로 작성해 이달말 발표할 예정이다.

     

  •  

    ◇ "소득있는 곳에 건보료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기본방향은 소득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일단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이 현행보다 크게 확대된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2천만원 초과 이자·배당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 종합과세소득이 보험료에 반영된다.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강화된다. 부담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 강화 등은 정부에 넘겼다.

     

    또한 지역가입자 재산에 대한 기초공제 제도를 도입해 저가재산에 대한 보험료는 인하하고 고액재산에 대한 보험료는 인상하는 방향으로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합리화를 추진키로 했다.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는 8000원~1만5000원 가량의 정액 보험료를 부과하되 저소득층의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보험료 경감 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  

    다만 퇴직·양도소득은 일회성 소득으로 부과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고 상속·증여소득의 경우 재산의 개념이 강해 제외키로 했다.

     

    2000만원 이하 이자·배당소득 및 일용근로소득 등 분리과세소득은 관련 법령 개정, 소득자료 연계 및 보험료 부과·징수시스템 구축 등 제반여건 마련이 우선 필요해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자동차, 재산, 성·연령 등 소득 외 부과요소에 대해서는 소득파악 수준, 재정여건 등을 감안해 축소 부과키로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이같은 내용의 개편안 기본방향을 공개했으며 23일에는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벌였다.

     

    새누리당은 이 자리에서 저소득층의 부담을 경감하고 직장 가입자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여러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  

    ◇ 얼마나 오르나

     

    보수에 정률(올해 5.99%)로 보험료를 부과 받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인상폭은 평년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2011년 기준 직장가입자의 세대 당 소득은 3859만원, 건강보험료는 월평균 9만2565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급여외 금융소득이 있거나 보수외 소득이 7200만원이 넘을 경우 보험료는 크게 오른다.

     

    2012년 기준 월급 외에 연 7200만원 초과 소득을 올리는 직장인은 3만2000명. 현재는 이들에게만 추가 건보료를 매기고 있지만 앞으로 이 범위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한 푼도 내지 않던 건보료를 내야 하는 피부양자나 월급 외 임대와 배당 소득이 많은 직장인들은 크게 저항할 수 있다.

     

    지난해 직장가입자 덕분에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피부양자는 2040만명에 달했다.

     

    이중 소득이 드러나 부과대상이 되는 피부양자들은 그동안의 무임승차 대가를 치러야 한다.

     

    논란이 여지는 있지만 직장 다니는 자식이 없어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는 실업자나 은퇴자,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들과의 형평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소득 대비 건보료 부담액 비율을 뜻하는 '소득별 건보료 실효세율'과 재산가액 건보료 실효세율의 조정 여부도 초점이다.

     

    현행 체계에 따르면 소득이 600만원인 지역가입자는 소득의 13.35%를 건보료로 내지만 소득이 1억원인 사람은 3.35%에 그치고 있다.

     

    역진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 재산가액 건보료 실효세율도 재산 가액 1억5000만원 이하에서는 재산 가액의 1~1.14%를 내지만 3억원에 대해서는 0.69%, 5억원에 대해서는 0.53%, 10억원에 대해서는 0.32%만 내고 있다.

     

    이 부분까지 조정될 경우 대상자들의 보험료 인상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 ◇ 개편이유와 인상요인은...

     

    직장에 다니는 직장가입자와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로 나뉘어 직장가입자는 보수를,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받는 현행 제도가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개편의 출발점 중 하나였다.

    복잡하게 나뉜 부과체계에 실직이나 은퇴, 취업 등으로 자격이 달라지면 보험료 조건도 들쑥날쑥 달라져 가입자 잡음이 끊이지 않는 구조다.

     

    이를 보완하려고 여러 가지 부대조건을 붙이다보니 건보료 부과체계는 사실상 누더기가 됐다. 한해 건강보험 관련 민원만 5700만건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기획단 관계자는 "11차례 회의 내내 소득중심의 단일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됐다"며 "재정효과와 가입자 부담 등을 토대로 확인했지만 전 국민의 소득 파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단일 보험료 전환 시 부담이 늘어나는 국민이 많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부과체계 개편과 상관없이 건강보험의 인상요인은 해마다 늘고 있다.

     

    현행 수준의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유지해 4대 중증질환 등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계속 늘릴 경우 2016년 이후에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회는 지난 6월'2014~2018년 재무관리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건강보험 재정 수입은 48조3489억원으로 지출 45조8265억원보다 2조2224억원 많아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금인 누적수지는 10조7427억원이 된다.

     

    하지만 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3대 비급여 개편 등 건강보험 보장성 항목을 계속 늘리고 있어 조만간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공단은 흑자 규모가 2015년 1321억원으로 급감한 후 2016년엔 1조4697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추계했다.

     

    건강보험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쌓아둬야하는 준비금 적립률도 2019년에는 법정 최소 기준인 5%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됐다.

     

    당장 이번이 아니더라도 상당 폭의 건강보험료 인상이 예고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