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어제) 녹십자(대표 조순태)는 지난달 초까지의 독감백신 누적 생산량이 1억 도즈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1도즈는 성인 1회 접종량을 나타낸다. 이에 녹십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독감 원액을 생산하기 시작하며 독감백신 자급자족시대를 열었음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과거 2009년 녹십자는 국내 최초로 인플루엔자(독감)백신을 생산해낸 바 있다.
백신 생산 기술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0여 개 나라만이 보유하고 있어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백신의 확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녹십자가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 원액 생산에 성공하면서 ‘백신주권’을 확보한 덕에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판데믹 당시 국내에 백신을 전량 공급할 수 있었다.
나아가 녹십자는 지난 몇 년간 독감백신 국내 유일 생산시설이라는 독보적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 또 세계에서 4번째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백신 사전적격인증(PQ)을 획득한 바 있다. 이는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 입찰 물량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지난해 녹십자 독감백신 수출액은 280억 원에 달했다. 수출을 처음 시작한 2010년 수출액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런 상승세가 이어져 올해 독감백신 수출고가 4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녹십자는 내다보고 있다.
수출 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의 입지도 확고해, 올해 녹십자 독감백신 연간매출은 단일제품으로는 지난 2010년 초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매출을 제외하고 1천억 원이 넘는 기염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조순태 녹십자 사장의 수출 경영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지난달까지의 독감백신 누적 생산량 중 4분의 1가량은 수출을 통해 판매됐고 수출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중남미 국가들의 EPI(Expanded Programme on Immunization, 예방접종확대계획)의 확대로 내년에도 독감백신 수출 물량이 늘어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녹십자는 독감백신 부문의 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 백신인 3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3가 백신을 넘어 4가 독감백신을 개발 중이다.
국내 유일 유정란 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은 지난달 말, 허가 직전 단계인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세포배양 기술을 이용한 독감백신은 내년 초에 임상 3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존 운영하고 있는 유정란 배양 방식과 판데믹, AI와 같은 외부 위험요인으로 인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세포배양 방식도 같이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녹십자는 이 같은 차세대 독감백신 개발로 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녹십자는 “4년 후인 2018년, 독감백신 누적생산량이 2억 도즈를 돌파할 것으로 본다”며 “누적생산량5억 도즈는 2024년에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