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점 하중 집중되면 소용없어, 디자인 변경 고려해야
  • ▲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현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현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환기구 추락사고와 관련해 환기구의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덮개 하중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하중 기준을 상향 조정해도 특정 지점에 무게가 집중되면 덮개를 지탱하는 보나 기둥이 무너질 수 있어서다. 환기구 시설의 기능을 고려할 때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게 차단장치를 달거나 디자인을 변경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환기구 구조안전 기준과 관련, 환기구도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벽체, 기둥, 지붕 등의 설계와 마찬가지로 국토부 고시 '건축구조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환기구도 통상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지붕으로 보아 100㎏/㎡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돌출형이 아니라 바닥에 설치되는 환기구는 설치된 공지의 용도에 따라 산책이 가능하면 300㎏/㎡, 차량이 통행할 수 있다면 500㎏/㎡ 하중을 견디게 설계해야 한다.


    이번에 추락사고가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의 환기구 크기는 가로 6.6m, 세로 3.6m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하중기준인 100㎏/㎡를 대입하면 2376㎏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사고 당시 환기구에 올라간 27명이 모두 성인 남성이고 이들의 몸무게가 80㎏이라고 가정하면 2160㎏이 된다. 이는 국토부가 제시한 하중 기준을 밑도는 수치다. 일각에서 부실시공 가능성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건축전문가들은 이런 접근법이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환기구의 특정 지점에 하중이 집중될 경우 해당 지점을 지탱하는 기둥이나 보가 무너지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건축사 A씨는 "국토부가 내놓은 환기구 구조안전 기준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며 "환기구와 관련한 기본적인 안전기준 조항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건축물에 있어 지붕은 강우 특히 적설 하중에 대한 안전기준이 가장 중요한데 환기구는 막힌 구조가 아니어서 쌓인 눈의 무게를 고려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A씨는 "환기구 덮개가 사람이 올라가거나 물건을 두기 위한 용도가 아니므로 많은 사람이 거기에 올라가고 사전에 그것을 막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며 "덮개 하중기준 강화보다 환기구 주변에 위험 경고 표시를 하거나 보행자 접근이 쉽지 않게 울타리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건축사 B씨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환기구에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충분히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환기구 위가 뚫려 있어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고 환기구를 아예 없앨 수는 없는 만큼 설계과정에서 디자인적인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환기구를 설계할 때 적절한 높이의 조형물을 가미해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게 하거나 환기구 방향을 위쪽에서 측면으로 돌리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