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폐지시 감사·감사위원 선임 곤란 겪을 것" 우려
  • ▲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지난 3월 열린 주총에서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지난 3월 열린 주총에서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섀도우보팅 제도가 내년 1월부터 폐지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상장기업들은 주주총회 개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섀도우보팅 제도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제도다.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요청이 있을 때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찬반투표 비율에 따라 중립적인 방법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워 정족수 미달로 주총 결의성립이 무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했다.

     

    1991년에 처음 도입됐으나 상장기업 주총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내년 1월 폐지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3년간(2012년~2014년) 주주총회에서 섀도우보팅 제도를 이용한 상장회사 302개사(유가증권 110개사, 코스닥 19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섀도우보팅 제도 폐지에 따른 기업의 대응과 과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2.4%는 '섀도우보팅 제도 폐지로 크게 부담된다'고 답했다. '제도폐지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시기상조'라는 응답도 35.4%에 달했다. 반면 '제도폐지에 부담 없다'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응답기업들은 제도 폐지시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에 많은 곤란을 겪는 것을 우려했다.

     

    응답기업의 91.1%는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안 결의에 '어려울 것'이라 답했고 '어렵지 않을 것'이란 답변은 8.9%에 그쳤다.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 사항의 결의(출석의결권의 3분의2이상 및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1이상 찬성)에 대해선 '어려울 것'(56.3%)이란 응답이 '어렵지 않을 것'(43.7%)이라는 답변을 웃돌았다.

     

    배당결정 등 보통결의 사항의 결의(출석의결권의 2분의1이상 및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이상 찬성)는 '어렵지 않을 것'(76.8%)이란 기업이 '어려울 것'(23.2%)이란 기업보다 많았다.

     

    기업들은 섀도우보팅 폐지로 인해 가장 크게 우려되는 상황으로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불발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67.6%)을 들었다. 또 '주총 결의성립의 무산'(14.2%), '기업의 주총참여 권유업무 과중'(11.9%), '총회꾼 등 참석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악성주주 등장'(5.6%) 등을 우려했다.

     

    더욱이 제도폐지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폐지에 따른 기업의 대응현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기업 4곳중 3곳이 '대응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74.8%)고 답했다. 반면 '대응계획을 수립 중'인 기업은 23.8%였으며 '이미 대응계획을 수립했다'는 기업은 1.4%에 그쳤다.

     

    대응계획을 이미 수립했거나 현재 수립 중인 기업의 대응방법은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 확보'(48.7%)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주요대주주에 대해 의결권 적극 행사요청'(18.4%), '서면투표 및 전자투표 적극 활용'(17.1%) '소액주주들에 대한 주총 홍보 및 참여 독려강화'(10.5%) 순으로 조사됐다.

     

  • ▲ 주요국 주총 결의요건 현황 ⓒ대한상의
    ▲ 주요국 주총 결의요건 현황 ⓒ대한상의

     

    제도 폐지에 대한 보완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전자투표제에 대해 기업들은 큰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에 대해 '당분간 도입계획이 없다'(83.1%)는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내년 주총 전까지 도입할 계획'이라는 기업은 15.9%, '이미 도입'한 곳은 1.0%였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비용부담 대비 실효성 의문'(58.2%), '충분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악의적 루머확산 방어 어려움'(16.7%), '제도폐지 후에도 당장은 의결권 확보에 문제 없음'(12.7%), '보안 리스크 부담'(6.8%) 등을 꼽았다.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도 3.2%나 있었다.

     

    섀도우보팅 제도폐지가 전체 상장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엔 대다수 기업이 '신규상장 기피 및 상장유지부담 증가로 전체 상장시장의 침체가 우려된다'(82.8%)고 답했다. 이에 반해 '주주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건전한 기업들의 증가로 시장활성화가 기대된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큰 영향 없을 것'이란 응답은 14.6%였다.

     

    제도폐지에 따른 기업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는 '주총 의결정족수 기준 완화'(57.3%),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불발에 따른 패널티(관리종목 지정 등) 일정기간 유예'(19.9%), '의안별 의결권대리행사 권유제도 도입'(10.9%), '전자투표 도입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5.6%), '전자위임장제도 도입'(2.0%) 등이 제시됐다.

     

    특히 기업들은 주총 의결정족수 기준 완화와 관련해 발행주식총수 기준을 삭제하고 출석주식수만을 기준으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 영국,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결의성립요건을 출석의결권 기준으로 하고 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주총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선 먼저 주주들이 자신의 권리에 관심을 갖고 의결권 행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면서 "정책당국도 주총 의결정족수 기준 완화,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불발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 등 주총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