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한계 극복 및 '울산-인도네시아-스페인' 잇는 글로벌 공급기지 확보유도요노 대통령 만나 담판..."미나스 원유 추출 최적 원료 확보"랩솔 손잡고 생산부터 판매까지... "고급윤활기유 최대 시장 유럽 현지화 공략"
  • ▲ 스페인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 스페인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지난 1995년 윤활유 사업에 처음으로 뛰어들었던 SK이노베이션이 하루 7만800배럴(연 350만t)의 윤활기유 생산량을 확보하면서 엑슨 모빌, 셸에 이은 세계 3위 윤활유 업체로 도약했다. 국내 1위 기업이라는 우물 안에 갇히기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모색해 사업을 추진한 것이 세계 시장 진출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SK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은 SK의 윤활유 사업을 성장시킨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K루브리컨츠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페르타미나와 윤활기유 공장 합작 사업을 성공시킨 것은 SK가 세계 메이저 기업들과 협업한 글로벌 프로젝트 중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윤활기유 합작
    SK루브리컨츠(당시 SK 에너지)는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지난 2008년 5월 인도네시아 두마이의 제 3 윤활기유 공장을 완공했다.

    1995년 SK의 윤활유 사업의 첫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환경규제, 차량 연비에 대한 관념이 낮은 상황에서 고급 윤활기유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SK는 배합식 개발, 기술 마케팅을 통해 시장 개척에 나섰고 2000년대 초반에는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었다. 

    이후 SK는 신규 공장 건설 등을 통해 지속적인 수요에 대응해 나갔고 윤활유 사업은 연 5000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곧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고객 수요가 매년 10% 선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처럼 난관에 부딪힌 윤활유 사업의 해법을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에서 찾았다.
     
    당시 최 회장은 윤활기유 사업을 글로벌 강자로 이끌기 위해선 글로벌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인도네시아 유도유노 대통령에게 윤활기유 합작사업을 제안하며 글로벌 프로젝트의 물꼬를 텄다.

    SK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미나스 원유에서 추출되는 미전환 잔사유가 윤활기유의 최적의 원료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페르타미나와 협업을 추진했다. 미나스 원유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있는 미나스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중유분을 통해 고품질의 윤활유를 제조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윤활기유의 원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해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미주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공급이 용이하다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어 SK가 윤활기유 사업을 글로벌로 이끌기 위한 최적의 나라였다.

    SK는 자사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면 글로벌 파트너링이 어려울 것 없다는 판단 하에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사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페르타미나의 저가의 원료 공급 경쟁력과 SK루브리컨츠의 세계 최고인 그룹Ⅲ 윤활기유 생산 기술이 만나 서로 윈-윈하게 되는 케이스가 될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 회장은 페르타미나 경영진과 만나 사업 계획 논의했으나 당시 인도네시아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한국기업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 형성 부족 등으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 회장은 해외 투자자 유치에 적극성을 보였던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업을 제안하고 '페르타미나' 경영진과 직접 만나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페르타미나와의 사업을 성사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최회장은 2008년 공장 가동까지 사업을 진두 지휘했다.

    SK는 이 과정에서 보통 반년 이상이 걸리는 사업타당성 검토 작업을 2개월 만에 완수하는 방식으로 페르타미나 경영층의 신뢰를 얻었으며 기술 교류를 통해 공장이 건설되는 동안에도 최고경영층 간 총 7회에 걸쳐 사업을 조율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SK루브리컨츠는 전세계 그룹 Ⅲ 윤활기유 시장 1위를 차지하게 됐으며 이후 인도네시아 두마이 공장은 연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SK 윤활유 사업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두마이 공장은 지난해 공정 개선(Revamp)을 거쳐 생산량을 하루 7000배럴에서 9000배럴로 올렸다.

    △스페인 렙솔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합작
    SK는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합작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유럽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고급 윤활기유의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직접 윤활기유를 생산∙판매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한 것이다.

    SK루브리컨츠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렙솔과 손잡고 건설한 스페인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은 올 초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은 고급 윤활유의 원료인 고급 윤활기유를 하루 1만3300배럴(연 63만t) 생산할 수 있으며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이 70:30 지분비율로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총 3억3000만 유로(한화 약 4700억원)를 투자해 건설했다.
     
    카르타헤나 공장은 렙솔이 현지에서 윤활기유 원재료와 인프라를 제공하고 SK루브리컨츠가 윤활기유 생산 기술과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제공해 공동 운영된다.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합작 사업이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의 첫 사례라면, 스페인 '카르타헤나' 합작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던진 글로벌 승부수의 방점으로 평가된다. SK 단독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고 각 분야 대표 외국 기업과 '윈-윈 파트너십'을 구축해 현지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렙솔과의 합작 사업에도 최태원 회장이 앞장섰다. 최 회장은 페루LNG 사업 등을 함께하며 맺은 안토니오 브루파우 니우보 회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2011년 11월 직접 스페인 렙솔 본사를 찾아가 브루파우 회장을 직접 만나 스페인 현지에 고급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의향서를 체결했다.

    최 회장은 당시 "고급윤활기유 분야에서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전략 지역에도 생산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며 합작사업을 진두 지휘했다.

    이로써 SK루브리컨츠는 고급 윤활기유의 최대 시장인 유럽 현지에 생산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고경영층이 직접 해외 파트너사를 찾아 발로 뛴 결과 글로벌 생산기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SK는 글로벌 선도 업체들과의 합작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