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 존속법인명 '외환은행'… "'하나' 브랜드 과감히 버려"끊임없는 구애작전, 노조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 ▲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의 '뚝심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 하나금융그룹 제공
    ▲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의 '뚝심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 하나금융그룹 제공
    [금융인사이드]"계속 미룰 수만은 없다. 10월 안에 반드시 이사회를 연 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승인을 금융위원회에 신청하겠다."

김정태 회장이 내놨던 공언이다. 그의 장담처럼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29일 열렸다. 이사회에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하되, 존속법인을 외환은행으로 하기로 했다. 통합작업이 마무리되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외환은행' 간판이 대폭 늘어나는 대신, '하나은행' 간판은 사라지는 셈이다.

김정태 회장의 '뚝심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사측과 대화를 거부하던 외환은행 노조를 대화장으로 이끌어 내고, 자신이 했던 발언처럼 10월 내에 결국 이사회를 여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발현되는 추진력이 돋보인 것이다.

그는 지난 7월 초,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두 은행을 조기에 합병하겠다는 뜻을 최초로 밝혔다. 그 후, 합병을 위한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합병 작업은 그러나 곧 커다란 벽에 막히고 말았다. 외환은행 노조가 적극 반대하고 나선 탓이다. 노조는 2012년 이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2.17 합의서' 내용을 근거로 두 은행의 합병을 적극 반대했다.

하나금융 측은 노조와의 대화를 여러 번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불발에 그쳤다. 노조 측이 "외환은행이란 존재가 없어질 지도 모르는 마당에, 대화가 무슨 소용인가", "노조 행사에 참석한 행원을 900명 가까이 중징계하려고 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계속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은 '뚝심'으로 통합 작업을 밀어붙였다. 우선 그는 "10월 안에 반드시 이사회를 열어 조기 합병에 대한 이사들의 승인을 얻어낸 후, 금융위에도 합병 승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통합의 필요성을 두 은행 구성원에게 알리는 작업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사내 전산망 등을 통하는 통상적 수단 외에 여러 차례의 '둘레길 걷기' 행사를 통해 양 행 임직원과 얼굴을 맞댄 채 통합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를 가로막던 가장 큰 벽인 외환은행 노조에게는 '구애작전'을 연상시키는 행보를 보였다. 여러 차례 노조를 찾아 대화를 요청했다. 짝사랑 상대의 집 앞에서 언제까지든 기다리는 모습과 닮았다. 양행 통합을 위해 '하나은행' 브랜드를 과감히 버린 것은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이 밖에 외환은행 측이 900명에 가까운 직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으나 실제 징계 인원은 38명에 그쳤다는 점은 김 회장이 노조와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 해낸 듯한 인상을 보여준다.

이제 통합작업을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합병 승인을 얻어내는 절차만이 남았다. 금융위원회는 두 은행 합병의 전제조건으로 노사간의 합의를 내건 바 있다. 노조의 동의를 얻어내는 일만이 남은 셈이다.

노조는 "사측(하나금융)과 대화를 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대화를 한다는 게 곧 조기통합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화를 통해 반대 의사를 더욱 확실히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한 번만 만나 달라며 집 앞에서 기다린 구애 작전 끝에 짝사랑 상대방은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며 대문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만나주는 것과 구애를 받아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김정태 회장 특유의 뚝심이 노조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인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