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징계 철회·투쟁동력 약화… 노조 대화장 이끌어노조 동의 이끌어내 조기통합 계기 될지 금융권 '주목'
  • ▲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 측에 공식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다. ⓒ 외환은행 노동조합 제공
    ▲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 측에 공식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다. ⓒ 외환은행 노동조합 제공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 측에 공식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는 그동안 하나은행과의 조기 통합을 거세게 반대해 왔다. 하나금융 측이 그동안 “여러 차례 노조와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노조가 항상 거부했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 노조 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노사 대화가 이뤄질 것인지, 아울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의 계기가 될 것인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 징계 철회·투쟁동력 약화…대화장으로 노조 이끌어

외환은행 노조는 28일 11시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사태의 원만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사측에 대화를 공식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대화는 2.17 합의서에 기반한 논의”라면서도 “노조가 통 큰 결단을 내려 조기 통합을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기 약 한시간 전인 오전 10시 경, 갑작스럽게 기자회견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노조가 자세를 갑자기 바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모습이다.

외환은행 노조가 대화에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사측이 노조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난달 3일 조합원 총회 참석을 문제 삼아,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외환은행이 예고한 징계 대상 인원은 900여 명에 달했다. 노조 측은 “노조원에게 징계를 내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노조와 대화를 나누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측과 강하게 대립해 왔다.

그러나 지난 27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실제로 징계 당한 인원은 38명에 불과했다. 중징계 대상 역시 56명에서 17명으로 대폭 줄었다.

투쟁 동력이 약화됐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사정에 밝은 익명의 한 노무사는 “외환은행이 대규모 징계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자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이는 투쟁 동력의 약화로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불안감을 느끼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투쟁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는 설도 있다. 기자회견 한 시간 전에야 기자들에게 이를 알린 것도, 마지막 순간까지 노조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졌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 하나-외환銀 조기통합 향해 한 발짝

외환 노조가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노조와의 대화, 조기 통합을 위한 행정적 절차 등을 마친 뒤 빠른 시일 내에 금융위원회에 조기 통합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그 동안 조기 통합의 조건으로 노사간 합의를 내건 바 있다. 외환 노조의 동의가 이루어질 경우, 양행 통합은 무난히 이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