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점검결과 건설현장 불량 샌드위치패널 사용·부실 설계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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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교통부가 건축 현장 부실시공과 설계를 막기 위해 불시에 현장을 점검하는 '건축기준 모니터링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전문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시 점검 특성상 사전에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얻기도 곤란해 애써 잡은 점검 계획이 현장에서 수포로 돌아가는 사례도 발생한다.


    건설 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임에도 국토부가 사업을 뒷북으로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간 점검 결과 건축 공사현장에서는 불량 샌드위치패널 사용과 부실 설계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드위치패널 표본 77%가 불량…부실 설계도 만연


    5일 국토부에 따르면 7월부터 국토부와 건설기술연구원이 합동으로 건축기준 모니터링사업을 벌인 결과 10월 말 현재 전국 22개 현장에서 거둔 30개 샌드위치패널 표본의 77%가 불량으로 확인됐다.


    샌드위치패널 표본은 가스 유해성에서는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전체 샘플의 77%에 해당하는 23개는 불이 났을 때 심재가 녹거나 변형돼 불량으로 판정 났다. 연소성을 나타내는 방출열량 시험에서는 6개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6차례 현장을 점검한 결과 4차 때까지는 합격 제품이 없었지만, 5차 때 1개, 6차 때 6개 표본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불시 점검이 알려지면서 점차 적합판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 설계도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26일부터 3차례에 걸쳐 구조도면을 검토한 결과 57건의 표본 중 절반이 넘는 31건에서 부실 설계가 적발됐다. 9건은 내진 설계나 구조안전 확인 대상 건축물임에도 구조계산서나 철근배열도 등 중요한 도면이 빠져 있었고 22건은 도면이 미흡했다.


    국토부는 점검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현장에 대해선 담당 지자체에 샌드위치패널 재시공이나 구조설계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도록 조처했다. 불법 설계자나 감리자 등에는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의로 불량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한 시공자나 감리자는 최대 징역 2년 또는 1000만원의 벌금을 물고, 설계를 부실하게 한 건축사는 최대 2년간 업무를 정지할 수 있다"며 "사업이 좀 더 홍보되면 부실시공 방지와 사고 예방에 중요한 제도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내년부터는 철강 품질과 단열 설계 등으로 감시 대상을 확대하고, 건축 관계자 처벌 수준 강화 등 제도개선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 건설현장.ⓒ연합뉴스
    ▲ 건설현장.ⓒ연합뉴스


    ◇점검 인력·예산·현장 정보 부족 등 삼중고…뒷북 사업 한계


    불시 점검사업 이후 건설 현장에서는 정품 샌드위치패널 가격이 30%쯤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단속 효과가 나타나면서 정품 사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그동안 불량 제품 사용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불시 점검사업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뒷북사업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적잖은 애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장 점검은 국토부와 건기연 합동으로 이뤄지지만, 실질적인 점검은 건기연 연구원이 맡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장 점검은 기술·공학적 요인으로 전문성이 요구돼 지자체 차원에서 적법성을 확인하기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전문성이 부족하기는 국토부 직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국에서 샌드위치패널의 난연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관은 총 5곳이다. 하지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은 사실상 건기연 1곳뿐이다.


    문제는 연구원들이 본연의 연구 활동에 현장 점검이 더해져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건기연 한 관계자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지방 건설현장으로 출발한 뒤 자정에 당일치기로 복귀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 충원 없이 기존 연구인력이 현장점검에 나서다 보니 어려움이 있지만, 건설현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의미는 있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 예산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기연 다른 관계자는 "안전과 관련한 사업이다 보니 정부에서 내년에는 일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올해 예산 지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암행 점검 특성상 사전에 지자체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 현장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는 국토부와 건기연 직원이 사전 예고 없이 건설현장에 도착한 뒤 해당 지자체 공무원을 호출해 건설 관계자가 입회한 가운데 표본을 수거한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현장 상황에 대한 사전 조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현장에서 표본을 채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동안 22개 현장에서 표본을 30개밖에 채취하지 못한 것이 좋은 예다. 현장당 표본이 1.4개에 불과한 것이다.


    건기연 관계자는 "기껏 현장에 갔는데 기초공사 중이거나 이미 완공된 상태면 샘플을 채취할 수 없다"며 "(샌드위치패널은) 반나절 늦어도 2~3일이면 시공이 끝나기 때문에 표본을 수거할 수 있는 현장이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표본 확보를 위해선 지자체 도움이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과 현장과의 결탁 가능성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기연 관계자는 "건설 관련 문제는 사고가 나야 확인할 수 있어 건축법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만, 현장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이 사업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으려면 별도의 사업단을 꾸려 인력을 충원하고 예산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