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노조·이사회, '트러블메이커'로금융당국에 찍힌 KB,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
  •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벌써부터 풍파를 겪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벌써부터 풍파를 겪고 있다. ⓒ 연합뉴스

    아직 정식 취임도 하지 않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벌써부터 풍파를 겪고 있다.

다양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는 기존 노동조합, 그를 회장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새 노조, 연일 불거져나오는 책임론에도 복지부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이사회, 이런 이사회를 개혁할 것을 요구하는 금융당국 사이에서 윤 내정자는 본격적인 시작 전부터 고민에 휩싸여 있다.

◇ "야근비 달라"·"회장 인정 못해" 노조와의 관계 설정 '고민'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1노조)는 지난달 30~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행장 집무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특별수당 지급’ 등을 주장하며 은행쪽을 압박했다.

1노조 측은 "올해 경영진의 분쟁, 정보 유출로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렸고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며 "이런 차원에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초 터진 여러 악재로 인해 직원들이 과도한 야근과 휴일근무에 종사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받아야 할 시간외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직원들의 사기진작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며 "윤 내정자는 이 전 행장의 약속을 지켜 제때 나오지 않은 특별수당을 직원들에게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KB금융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연말 임금단체협상과 연계해 투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국민은행장을 겸임할 윤 내정자는 노조와 직접 협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KB국민은행노조(3노조)는 더욱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내정자를 새로운 리더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영대 제3노조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윤종규 내정자를 KB금융 회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3노조는 윤 내정자의 취임을 의미하는 등기이사 선임 자체를 막겠다며 반대표결을 위해 의결권을 위임해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윤 내정자는 KB금융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3노조 측은 이 점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 '일등공신'에서 '트러블메이커'로… 이사회 때문에 당국에 찍힐라

소위 'KB사태'로 일컬어지는 KB금융 경영진 내부 갈등의 배후에 사외이사들이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이들에 대한 금융권 안팎의 사퇴 압박이 계속돼 왔다.

당초 KB금융의 새 회장 선임을 마무리하면 사외이사들이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이경재 이사회 의장이나 김영진 회장후보추천위원장 등이 대부분 버티기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KB금융이 성공적으로 새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지적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KB 사외이사제도 개편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KB금융 사태에서 느낀 것은 사외이사 제도에 전체적인 문제가 있다", "사외이사들이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는 말도 공개적으로 꺼낸 상태다.

KB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의 전제로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꼽힌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들의 자진 사퇴가 요구되는 상황인데도 사외이사들은 요지부동 상태다. 오히려 취재진이 거취 문제를 물으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1)노조와 마찬가지로 사외이사들도 자신들이 윤 내정자를 회장으로 만든 킹메이커이자 개국공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회장 내정자가 되는데는 성공했지만, 막상 회장으로서의 정식 업무를 시작하면, 윤 내정자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KB금융은 이래저래 금융당국으로부터 '찍힌' 상태다. 개인정보 유출, 경영진 내부 갈등, 이사회의 복지부동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금융당국과의 얽힌 실타래를 잘 풀어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상황. 금융위원회가 LIG 손보 인수를 승인하지 않고 미루는 탓에 KB가 물어야 할 지연배상금은 하루 1억1000만원에 달한다. 짧게는 더 이상의 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길게는 KB금융의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과의 관계 설정이 윤 내정자의 숙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