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6 출시하면서 아이폰5S 가격 낮췄지만 이통사는 그대로
같은 요금제 놓고 비교하면 아이폰6가 아이폰5S보다 가격 낮아
  • ▲ 같은 정액요금을 기준으로 한 SK텔레콤, KT의 아이폰 가격 비교.
    ▲ 같은 정액요금을 기준으로 한 SK텔레콤, KT의 아이폰 가격 비교.

구형 스마트폰이 신형 스마트폰 보다 비싼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25일 출시된 아이폰5S가 출시된 지 열흘도 채 안된 아이폰6보다 오히려 더 비싸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IT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의 마진 확보 때문에 벌어진 아이폰 가격 역전현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SK텔레콤과 KT 홈페이지에 게재된 아이폰 가격공시에 따른 요금제 별 최종 판매가를 비교한 결과 같은 용량의 아이폰5S가 아이폰6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이통사 평균 ARPU(가입자당 매출)와 비슷한 월정액 3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놓고 비교하면 SK텔레콤에서 판매되는 아이폰5S 16GB는 같은 용량의 아이폰6 16GB 보다 판매가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용량이 낮은 아이폰5S 32GB가 아이폰6 64GB 보다 비쌌고 마찬가지로 아이폰5S 64GB도 아이폰6 128GB와 아이폰6플러스 64GB 보다 최종 판매 가격이 높았다. 

KT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이폰5S가 높은 용량의 아이폰6·6플러스 128GB 보다 판매가가 높지는 않았다. 

SK텔레콤의 아이폰5S 64GB는 아이폰6플러스 64GB 보다 2000원, 아이폰6 128GB 보다 5000원 비쌌으며 아이폰6 64GB와 비교하면 13만4000원이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아이폰5S 64GB가 아이폰6·6플러스 128GB 보다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용량의 아이폰6 보다 13만4000원, 아이폰6플러스 보다는 2000원 비쌌다. 

또 SK텔레콤, KT 둘 다 아이폰6 64GB가 절반 용량의 아이폰5S 32GB보다 2000원 저렴했다. 

  • ▲ 같은 정액요금을 기준으로 한 SK텔레콤, KT의 아이폰 가격 비교.
    ▲ 같은 정액요금을 기준으로 한 SK텔레콤, KT의 아이폰 가격 비교.

  • 이러한 아이폰 가격 역전현상은 고가 요금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월정액 8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SK텔레콤의 아이폰5S 64GB는 아이폰6 64GB보다 10만4000원 비싸게 책정됐으며 KT 역시 아이폰5S 64GB가 아이폰6 64GB 보다 10만5000원 높았다.

    이는 아이폰5S가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출고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지난 9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낮아진 아이폰5S 출고가를 공개했다. 애플은 "아이폰5S 16GB 73만원, 32GB 79만원에 구매 가능하다"고 밝혔다. 애플은 현재 64GB 모델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 

    반면 현재 이통사 홈페이지에 공시된 아이폰5S 가격은 16GB 81만4000원, 32GB 94만6000원, 64GB는 107만8000원이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출고가를 낮췄음에도 이통사 홈페이지에는 초기 출고가로 공시돼 있다. 

    이와 관련,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당초 선구매한 물량이 있는데 애플이 출고가를 낮췄다 해서 같이 내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애플은 아이폰만 판매하지만 우리는 서비스와 함께 판매한다, 유통 자체가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출고가는 우리가 쉽게 어찌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출시된 아이폰6와 구형 모델이 된 아이폰5S 가격이 비슷한 데에는 지원금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통상적으로 시간이 지난 모델에 대해서는 지원금이 더 실리기 마련이다. 설제 이통사에서 공시한 지원금을 보면 최신 스마트폰 대비 구형 스마트폰에 더 많은 지원금이 실린다. 

    하지만 아이폰5S만은 예외다. 고가 요금제로 비교해도 아이폰6와 아이폰5S 지원금 차이는 6만원 정도다. 

    이에 이통사 측은 "제조사에서 장려금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이폰은 고정 수요가 있어 마케팅 전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 ▲ 아이폰6와 아이폰5.ⓒ애플 홈페이지
    ▲ 아이폰6와 아이폰5.ⓒ애플 홈페이지

  • 하지만 이통사가 아이폰 가격을 두고 제조사 탓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이폰6 출시에 앞서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아이폰6 16GB 출고가를 70만원 대로 인하하겠다"고 밝히며 이통사가 충분히 자체적으로 출고가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같은 날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에 아이폰6 16GB는 85만원, 64GB 98만원, 128GB 111만원으로 가격을 공시했다. 6플러스는 16GB 98만원, 64GB 111만원, 128GB가 124만원이다.

    당시 LG유플러스 측은 "마진을 포기하고 아이폰 출고가를 낮췄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근거로하면 이미 정해진 아이폰의 가격을 이통사에서 자체적인 노력으로 낮췄다고 유추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5S 가격을 낮춘 것은 맞다"면서 "이통사가 출고가를 낮추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기에 제돈 주고 샀으니 애플이 출고가를 내려도 가격을 낮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통사도 마진을 남기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