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선 보상 프로그램 따져보면 큰 혜택 안돼, 18개월 후 생각해 봐야
18개월 후 폰 반납하면 약정 깨 위약금 나와, 계속 사용하면 폰 사용금 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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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최신 스마트폰 구매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준다'는 목적으로 이통3사가 선보인 중고폰 선 보상 프로그램이 실제는 조삼모사 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얼어붙은 시장에 아이폰6가 등장해 소비자 관심이 몰리자 이통사들은 단말기 할부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폰6를 출시했다.

언뜻 보면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통사가 소비자를 배려해 출시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 심리를 잘 이용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지난달 이통3사는 아이폰6·6플러스 출시에 앞서 고가의 아이폰을 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중고폰 선 보상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SK텔레콤은 프리클럽, KT는 스펀지플랜 제로, LG유플러스는 제로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반납한 가격에 이통사 지원금, 그리고 18개월 후 반납을 조건으로 새로 받은 아이폰6 가격을 미리 보상해 주는 방식이다. 

선 보상금액은 SK텔레콤 프리클럽의 경우 아이폰6 34만원, 아이폰6플러스 35만원이다. 이는 각 아이폰 용량과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다. KT의 스펀지플랜 제로는 아이폰6 16GB 34만원, 64GB·128GB 38만원, 아이폰6플러스는 모두 38만원이다. LG유플러스 제로 클럽은 이폰6 16GB 34만원, 64GB 36만원, 128GB 38만원, 아이폰6플러스 16GB 36만원, 64GB·128GB 38만원이다. 

예를 들어 현재 SK텔레콤에서 75요금제에 갤럭시노트3를 사용하던 고객이 78만9800원짜리 아이폰6를 구매한다면 갤럭시노트3에 대한 보상 22만원, 이통사 지원금 12만7000원, 아이폰6 선 보상금 34만원을 합해 총 68만7000원을 지원받아 12만2800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18개월 후 사용하던 아이폰을 반납해야 하고 그동안의 누적 기본료가 80만원 이상 돼야 한다. 만약 아이폰을 반납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려면 미리 보상받은 단말기 지원 금액을 12개월로 나눠 납부해야 한다. 

  • ▲ 이통3사 아이폰6 선 보상 지원금.
    ▲ 이통3사 아이폰6 선 보상 지원금.

  • 여기서부터 소비자가 고민해야 한다. 일단 아이폰은 중고폰 가격도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통신사에서 보상해 주는 금액 보다 중고시장에 파는 것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약정은 24개월을 기준으로 한다. 약정요금 할인이나 이통사에서 공시하는 단말기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고폰 선 보상 프로그램은 18개월이 되는 달에 사용하던 아이폰을 반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당장 쓸 아이폰이 없으니 기기변경을 하거나 신규가입, 번호이동 등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기변경을 하지 않는 이상 약정이 깨져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약정이 깨지면 약정요금으로 받은 할인 금액과 단말기 지원금에 대한 부분을 반환해야 한다. 기기변경을 한다면 약정에 대한 위약금은 물지 않겠지만 새로 폰을 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 

    아이폰은 중고가 돼도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이를 먼저 받아버렸으니 새로운 폰을 구매하면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또한 약정을 지키기 위해 18개월 이상 사용한다 해도 미리 보상받은 아이폰 단말기 지원 금액을 12개월로 나눠 납부하기 때문에 부담은 마찬가지다. 

    아이폰6를 34만원에 보상받았다면 이를 12로 나눠 추가로 사용하는 개월 수만큼 납부해야 하므로 최소한 한달에 약 2만8000원 이상을 내야 한다. 24개월을 꽉 채워 사용한다면 추가로 6개월을 사용하게 되므로 17만원 이상을 내게 되는 셈이다. 

    당장 아이폰을 살 때에는 좋은 혜택일 수 있지만 18개월 이후부터는 선택의 고민이 커지는 프로그램이다. 위약금을 내든지, 단말기 값을 내든지 해야 한다.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은 '분실'이다. 만약 사용하던 아이폰을 분실한다면 이때는 이통사에 돌려줘야 할 물건이 없어지기 때문에 받은 보상금을 돌려줘야 한다. 분실 보상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는 폰을 새로 구입할 때 적용되는 것으로 사용하던 폰에 대한 보상은 안 된다. 

    이와 관련, 이통사 관계자는 "급하게 출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헛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고폰 선 보상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전에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과 KT는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S5광대역LTE-A 모델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