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리적 경영 비난 목소리 일어 제약업계 "잦은 구조조정 법적 문제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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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바이엘 본사 앞에서 투쟁집회 및 노동탄압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6일 바이엘 노조위원장 김 모씨(43)가 할복 자해를 시도한 후 19일 그의 해고가 정해지자, 노조가 이에 투쟁집회를 결정한 것.

     

    할복을 시도한 김 모씨는 17일 퇴원 후 재차 해고통보를 받은 후 이틀 뒤 최종 해고를 확정받았다.  

     

    당일 집회에는 바이엘노조 임직원 및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등 15개 다국적사 노조위원장들과 국내제약사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바이엘의 비윤리적 경영을 비난했다.

     

    집회에 참여한 40여명의 바이엘 노조원들은 "경영진은 노조 탄압을 멈추고 전 노조위원장에 대한 부당해고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또 성명서를 통해 "닐스 헤스만 대표가 갱신교섭 진행을 목전에 두고 근무 규정을 어겼다는 명분으로 김 위원장을 부당 해고했다"며 "해고를 즉시 철회하고 정당 절차에 따라 재심사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전 노조위원장 김 씨는 "지난 2011년 닐스 헤스만 부임 이후 대규모의 ERP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바이엘은 지난 2011년부터 오늘날까지 297명 근로자의 퇴사를 받았다.

     

    그는 자신까지 포함하면 총 280명의 직원이 해고된다며, 바이엘 전체직원이 약 600~700명에 달하는데 그 중 300명에 가까운 직원이 동시에 해고됐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21일 투쟁집회에 참석했던 동석한 베링거인겔하임 노조위원장은 "아무리 규정을 어겨 영업을 했더라도 아무 대화 없이 해고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인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배를 칼로 찌를 정도의 사건을 유발케 한 것은 회사의 대응 미숙"이라고 밝혔다.

     

    집회 후, 해직된 김 모씨와 바이엘 노조위원장은 사옥 내부 노동조합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추가 입장을 내놨다. 간담회를 통해 "지난 10월 14일 사측이 면담을 통해 타임오프 부당 일비 등을 이유로 징계 이야기를 꺼냈고 17일에는 CEO가 직접 권고사직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해고에 대해 김 모씨는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사측 3명에 노조측 3명, 총 6명으로 구성된다"며 "3:3 표결이 나올 시, 징계위원회 위원장의 판결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징계위원회의 징계절차는 사측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 모씨는 권고사직 결정 후 CEO 면담을 신청했지만, 40분 넘게 기다리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해행위를 하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바이엘측은 이에 "이 문제는 노조와 회사와의 문제로 볼 수 없고, 개인과 회사와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ERP를 통해 희망권고사직절차를 따른 것이기 때문에 사측에서 문제가 될 것은 하나도 없다"며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도 관례로 구조조정을 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했다.

     

    한편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엘은 구조조정을 3년에 한 번씩 한다"며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은 ERP를 이렇게까지 잦게 하진 않는다"고 바이엘의 구조조정에 문제가 있음을 꼬집었다. 이어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은 노동 정리해고에 대해 회사가 직원의 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를 중요시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