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규제하면 할당량 채우려 무리한 조업, 안전 도움 안 돼"쿼터 사들인 선사도 손해 안 보려 무리할 수 있어 논란 예상
  • ▲ 침몰한 501 오룡호.ⓒ해양수산부
    ▲ 침몰한 501 오룡호.ⓒ해양수산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4일 어획 할당량(쿼터)을 사고파는 원양업계 관행인 '전배'를 제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양업계에선 마땅한 보험 상품도 없는 상황에서 전배를 규제하면 선사들의 피해가 크고 명태 쿼터량 할당에도 불이익이 예상된다며 규제 검토에 부정적인 태도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이 장관은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501 오룡호'의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부산시 서구 사조산업 부산지사를 찾아 실종 선원 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전배 규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501 오룡호가 (원양업체 간 전배를 통해) 추가로 할당된 쿼터를 채우려다 사고가 났다는 실종자 가족의 주장에 대해 "어렵게 받은 할당량을 소진해야 하므로 할당량을 못 채운 배가 할당량을 채운 배에게 (할당량을) 이전하는 것 같다"며 "(전배 관행과 관련해) 안전문제를 제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원양업계에서는 이 장관의 발언에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배를 없애면 안전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사정해 할당받은 쿼터량을 소진하지 못하면 선사로선 못 채운 어획량만큼 바다에 생돈을 버려야 하는데 전배마저 못하게 막으면 선사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할당량을 채우려고 무리한 조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관계자는 "전배를 통해서라도 쿼터를 소진하지 않으면 나중에 러시아와의 어업협상에서 쿼터량이 감소할 수 있다"며 "국익 차원에서도 (전배 규제는)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날씨가 안 좋은데도 무리하게 조업하는 것은 전배라는 관행보다는 선박 운용과 관련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배로 추가 쿼터를 얻은 선사로서는 사들인 쿼터를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 손해인 만큼 무리한 조업에 나설 가능성은 쿼터를 넘긴 선사와 다르지 않다고 모순을 지적한다.


    앞으로 해수부가 전배 규제 필요성을 검토할 때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장관은 이날 501 오룡호 침몰 나흘 만에 실종자 가족을 처음으로 만나 가족대기실에서 1시간쯤 대화를 나눴다.


    동석한 이명렬 외교부 영사 국장(러시아 담당)은 긴장된 현장 분위기를 감지한 듯 좌담 내내 무릎을 꿇고 앉아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받아적고 그동안의 구조 진행 상황을 브리핑했다.


    실종자 가족은 이 장관에게 "왜 이제 왔느냐. 사고가 났을 때 정부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질타를 쏟아냈다.


    한 가족은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장관은 언론에 얼굴도장 찍으러 왔느냐"고 호통을 쳤다.


    사고 초기 30명이던 실종자 가족이 기다리다 지쳐 일부는 돌아가고 이제 10여명이 남았는데 이 장관 방문이 늦은 감이 있다는 질타였다.


    실종자 가족은 사고가 난 지 한참이 지나도록 가족을 찾아와 상황을 알려주는 정부 관계자가 없었고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정부의 사고 초기 대응에 불만을 터트렸다.


    가족들은 이 장관에게 노후선박 대책과 원양어선 전배 관행 규제, 501 오룡호 인양, 시신 인양 지원 등을 주문했다.


    이 장관은 대화 내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세월호 사고 이후 또 이런 큰 사고가 났고 국익을 위해 먼바다에 나가 조업하던 애국자분들이 사고를 당한 것에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고 수습에 온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이 장관은 가족들의 철저한 사고 조사 요구에 "부산에 있는 해난심판지원에 특수수사부를 꾸려서 해수부 차원에서도 진상조사를 하겠다"며 "해양안전처에도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