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정책硏 1조3500억 추산…헬기 도입 등 입체 단속역량 키워야
  • ▲ 기상 악화로 울릉도에 대피한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들.ⓒ연합뉴스
    ▲ 기상 악화로 울릉도에 대피한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들.ⓒ연합뉴스

     

    우리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이 연간 최소 3000척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불법 어업으로 최소 3000억원 이상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피해액 추산이 제한적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연간 피해액 규모가 1조3500억원에 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어선 최소 3000척 우리 해역 주변서 조업…정확한 수 파악 어려워


    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성어기인 10∼12월을 기준으로 한·중 잠정조치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2000여척 규모다. 잠정조치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우리나라에 신고할 의무가 없어 정확한 수는 파악이 어렵다.


    양국 합의로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들어올 수 있는 중국어선은 1600척이다. 이들 어선이 합법적으로 우리 EEZ에서 잡을 수 있는 연간 어획량은 모두 6만여톤이다.


    하지만 수협중앙회 등의 집계를 종합하면 동해안 북한 수역과 그 주변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의 수는 연간 최소 3000척, 최대 4000척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2010년 북한과 어업협상을 다시 맺었다.


    이들 중국 어선은 감시가 어려운 야간이나 악천후를 틈타 우리 EEZ으로 넘어와 불법조업을 일삼거나 북한어장이나 러시아 해역으로 이동하면서 우리 어민의 어망, 어구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어 어민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올해 동해 북방한계선(NLL)으로 중국 어선 1800여척이 올라가고 1500여척이 내려와 현재 300척쯤이 머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산정책연구소 추산 불법어업 피해액 1조3500억원


    해수부에 따르면 중국 어선이 우리 수역에서 합법적으로 잡는 연간 어획량은 척당 40톤쯤이다.


    불법어업 어선들의 거점인 잠정조치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 2000여척이 이 기준을 따른다고 가정하면 중국 어선의 불법 어획량은 최소 8만톤에 이른다.


    해수부는 2012년 기준으로 해양 어획물의 톤당 단가가 362만원임을 고려하면 불법어업에 따른 직접적인 수산물 피해액은 연간 29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법어업에 나선 어선이 합법적인 양만큼만 잡을 가능성은 낮은 만큼 해수부 추계가 실제보다 많이 적을 거라는 견해다.


    한국수산회 산하 수산정책연구소는 지난 9월 수산경영학회에 낸 '중국어선 불법어업에 따른 수산부문 손실 추정' 논문에서 2012년 기준 수산부문 피해 규모를 67만5000톤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2년 우리나라 수산물 총 생산량 318만3000톤의 21.2%,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61.9%에 해당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평균 손실규모는 1조3500억원에 이른다.


    이광남 소장은 "해당 논문은 중국 어선 불법어업 단속에 필요한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과제였다"며 "해경 자료를 보면 잠정조치수역에서 활동하는 2000~3000척의 중국 어선이 우리 EEZ을 침범하는데 이중 절반인 1000∼1500척이 불법어업을 했다는 가정하에 수산자원 감소에 따른 피해규모를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중국 어선 수에 비해 우리의 불법어업 단속 역량은 2~3%의 낮은 단속 실적에서 알 수 있듯 미미한 수준"이라며 "2001년 한·중 어업협정 체결 이후 14년째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단속 역량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는 "단속 역량을 높이려면 최소 2000톤급 국가어업지도선 5척이 필요하다"며 "특히 단속지역이 넓은 만큼 입체적인 단속을 위해 헬기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중국인의 수산물 수요가 늘고 있어 불법어업을 억제할 수 있는 단속 역량이 절실하다는 견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인용해 내놓은 '중국수산동향'을 보면 중국의 수산물 소비량은 1990년 1500만톤에서 2011년 5900만톤으로 20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2000∼2012년 중국 도시가구의 수산물 소비 지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9.1%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