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년... "시장 절반 외국 대기업 내주고, 판매점서 중기제품 찾아볼 수 없어타이밍 놓친 대기업 "진출 안해"..."2020년 89조원 시장 사실상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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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저녁 이마트 용산점, 외산으로 가득찬 LED 조명 진열대 모습. ⓒ뉴데일리경제.
정부의 탁상행정이 LED 조명시장을 망쳤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기업과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신산업'을 '골목상권' 정도로 인식하고 정책을 펼쳤다는 지적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2011년 11월 LED조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지정 당시 3년 일몰제였기 때문에, 동반위는 LED조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할지 여부를 두고 올해 중 논의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동반위는 내년 2월 말까지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 3년 동안 LED 조명시장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외산이 판치는 모양새로 변했다. 대형 판매점에서는 중소기업 LED조명 자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실제 한국광산업협회에 따르면 LED 조명 수입규모는 2011년 1650억원, 2012년 1920억원, 2013년 2800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비조달시장 규모가 4986억원임을 감안하면 이미 외산에 국내시장 반 이상을 내준 상황이다.
정부를 겨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수십조 원이 오가는 '신사업'을 중소기업에 맡긴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중소기업에게만 시장을 터주더라도, 이에 앞서 중소기업이 해외기업과 싸울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을 먼저 내놨어야 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LED 조명 시장 규모는 2011년 12조5000억원에서 약 5년 뒤인 2020년 89조원으로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백열등과 삼파장 전구에 비해 수명은 5~50배 길고, 전기요금은 60~87%로 줄일 수 있다는 LED의 장점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해외시장은 사실상 '그림에 떡'일 뿐이다. 국내시장에서조차 외산에 치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맷집을 키워 해외시장을 뚫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은 '연구개발'이다. LED 조명사업이 미래 먹을거리를 뜻하는 '신수종사업'이다보니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중복되는 인증제도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LED조명의 경우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KC(국가통합인증마크)'와 '고효율기자재 인증' 두 가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런데 두 인증을 모두 받으려면 길게는 6개월 정도가 걸린다. LED 조명 효율이 3개월마다 개선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긴 시간인 것이다.
인증 비용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은 많게는 수억 원씩 인증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LED조명 광량 측정기 등 각종 시험장비도 중소기업이 스스로 부담하기엔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또 있다. 어렵게 제품을 개발에 성공해 인증까지 받더라도 양산하는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선 생산공장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 이런 시설을 완비한 중소기업 수가 손에 꼽힐 정도라는 점이다.
중소기업 LED조명에 중국산 부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의 이분법적 사고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누구에게 사업을 맡길지"를 두고만 논쟁을 벌이다보니 수십 년간 LED 조명사업을 해온 중견기업은 찬반신세가 되고 있다.
무려 79년간 LED 조명사업을 해온 금호전기가 대표적인 피해자다. 관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국내 관급사업에서 모두 배재되다보니 해외사업 대부분을 접었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워 해외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 구조가 깨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들도 LED조명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 사업을 대부분 축소하거나 철수한 상태여서 다시 LED조명을 할 수 있게 돼도 쉽게 사업을 시작하긴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시장 규모 자체가 작은 데다, 이미 발을 뺀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LED 조명사업이 대기업에도 허용된다고 해도 기업 내 전체 사업방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책 등이 수반되지 않은 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미래 산업을 중소기업 손에 넘겨 국내시장만 외산에 뺏긴 꼴이 됐다.
국내 LED분야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떠나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처럼 자생력을 갖고 사업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선"이라면서 "여러 연구원과 중소기업이 함께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큰 시장을 마치 골목상권에서 대기업을 배체하는 것처럼 중소기업에 넘기다보니 국내시장만 해외로 다 넘어갔다"며 "중소기업에 사업권을 주려면 세제혜택이나 연구개발 등이 먼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