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계 부딪친 내수시장 벗어나 글로벌시장 적극 공략R&D 투자 통한 기술력 확보·제품 경쟁력 강화 나서야
  • 새해가 밝았지만 경제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엔저와 유가 하락 등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이 예상하는 올해 경기는 그 어느때보다 어둡다.

     

    실제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367개사를 대상으로 '2015년 1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88.6으로 기록했다. SBH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다음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기업들은 최대 경영애로사항으로 '내수부진’(68.4%)을 꼽았다. 내수부진이 가장 높은 응답비율을 차지한 것은 32개월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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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중소기업들은 올해 경영환경을 사자성어로 '필사즉생(必死則生)'이라고 표현했다. '죽기로 싸우면 산다'는 뜻인 '필사즉생'으로 표현한 것은 올해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제 전망 '우울'…'필사즉생' 각오로 파고 넘어야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보다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할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포화된 내수시장의 한계를 딛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도 수출 기업을 늘려야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내수 중소기업의 수출 기업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 프로젝트인 '월드클래스300'이 대표적이다.

     

    '월드클래스300'은 오는 2017년까지 300개의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가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1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156개 기업이 선정됐다. 선정된 기업들에겐 R&D(연구개발) 지원, 연구인력 파견지원, 해외시장확대를 위한 금액 지원, 금융기관과 연계한 투자 지원, 경영컨설팅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여가 지난 현재 세계 시장에서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따르면 '월드클래스 300' 선정기업 100개사의 매출·수출·R&D투자·고용 등이 모두 증가했다. 선정 전 1931억원이던 100개사 평균 매출은 2013년 2252억원으로 늘었다.

     

    수출액도 20.8% 늘어난 1368억원을 기록했다. R&D투자액은 약 92억원에서 108억원으로, R&D 관련 고용 인원은 88명에서 98명으로 증가했다. 국내외 특허도 꾸준히 늘고 있다. KIAT 관계자는 "월드클래스 선정 이후 국내와 해외 특허 출원 개수는 각각 37.3%와 33.6%, 특허등록은 각각 90.2%와 44.8% 많아졌다"고 밝혔다.

     

    ◇R&D 통한 기술력 확보로 매출 '껑충'

     

    이같은 성과는 R&D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했기에 가능했다.

     

    2013년 식품업계 최초로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샘표식품은 품질 관리 기준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세계 시장 진출에 든든한 초석을 마련했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11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2014 SQF 국제컨퍼런스'에서 'SQFI 올해의 제조업체'로 선정됐다. 아시아 업체 가운데 처음이다. 샘표의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이 미국 식품회사, 일본 유통회사 등과 비교해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품 디자인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10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히는 '2014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폰타나 파스타 소스 4종으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 본상을 수상했다.

     

    한독은 부작용은 줄이고 반감기는 늘린 성장호르몬 임상 1상 시험에 성공해 차세대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독과 제넥신이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성장호르몬(GX-H9)은 지난해 4월 유럽 임상 1상 시험이 완료됐다. GX-H9은 기존 해외 개발 성장호르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투여 부위 통증, 지방위축증, 항체 생성 등의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고 혈액학적, 생화학적 검사 등의 종합적 분석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다

     

    한독은 또 지난해 3월 자가염증 질환·항염증 치료제 'HL2351'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HL2351'은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적응증 획득을 목표로 한독이 바이오벤처 제넥신과 공동연구하고 있는 첫 바이오신약이다. 지속형 항체융합 기술을 적용해 1~2주에 한 번만 투여해도 효능을 유지할 수 있어 환자들의 불편함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임상 1상 시험을 바탕으로 한국, 유럽, 미국에서 다국적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임상 3상은 한국과 아시아에서 계획하고 있으며 글로벌 대기업을 대상으로 라이선스 아웃 등의 사업화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세계에서 인정받다

     

    한국콜마는 생체지질 나노캡슐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을 개발해 660억원 규모 세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생체지질 농축 나노캡슐을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을 국내시장에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그간 화장품 업계는 피부에 직접적인 보습, 미백, 주름개선, 탄력증대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효율적인 피부침투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해 왔다. 최근 수 마이크로미터(㎛)였던 입자 크기를 100~300나노미터(10억분의 1m)까지 줄였지만 피부가 인체 방어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화장품의 활성 성분이 피부를 투과하기는 힘들었다.

     

  • ▲ 박진선(가운데) 샘표 대표가 아시아 최초로 'SQFI 올해의 제조업체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샘표식품
    ▲ 박진선(가운데) 샘표 대표가 아시아 최초로 'SQFI 올해의 제조업체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샘표식품

     
    이에 한국콜마 기초연구소는 피부 지질을 구성하는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및 인지질 성분으로 구성되어 피부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 '생체지질 나노캡슐'을 개발해 피부침투율을 높였다. 피부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캡슐 안에 활성성분을 유효농도의 20-100배로 고농축했다. 이 기술은 '생체지질막을 이용한 이데베논의 농축 나노캡슐 제조기술'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 보건복지부 주관 '보건신기술 인증(NET)'을 획득한 바 있다. 2013년 12월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관하는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엔저지속 가능성과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게 커진 상황"이라며 "품질과 기술이라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체질개선을 통해 국내외에서 대체 불가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