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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매달 수조원씩 늘던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세가 새해 들어 꺾였다.
겨울철이 비수기인 영향도 있겠지만, 지난해 대출규제 완화의 효과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외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99조8145억원에서 올해 1월 말 300조997억원으로 한 달간 285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석 달 연속 매달 3조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된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0월 3조8232억원, 11월 3조8252억원, 12월 3조5446억원에 달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1월 증가액은 지난해 4분기 월평균 증가액의 10분의 1도 안된다.
4개 은행은 아예 주택담보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1조6000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기록한 국민은행은 올해 1월 1709억원이 줄었다. 농협은행이 1280억원, 우리은행 533억원, 하나은행은 91억원이 각각 감소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꺾인 데는 겨울철 비수기 효과에 더해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따른 경계감과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신규 대출상품 출시 등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연구실장은 "주택담보대출의 50% 이상은 대출을 받아서 생활, 창업자금이나 제2금융권 대출을 갚는 데 쓰이는데, 직장인들이 연말 보너스 등을 받으면서 이러한 수요가 잠시 주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정부가 연 1%대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 2%대 고정금리대출 출시 계획 등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이런 신규 상품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1월 주택담보대출 침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월 이후의 주택담보대출 추이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봄 개학을 앞두고 이사 수요가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다시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대출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가 소진된 만큼 지난해와 같은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 전문위원은 "최근 전세난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활발하게 옮겨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3월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주택 거래도 다시 활발해지고 주택담보대출 수요도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금융연구소 이휘정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부동산대출 규제가 완화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는데 그 정책 효과는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여겨진다"며 "추가 금리인하 이벤트가 없다면 지난해의 증가세가 올해도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