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룻만에 6원 가까이 떨어졌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9원 내린 달러당 1097.4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경기지표 부진으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은 하락 출발했다. 호주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을 기다리며 변동 폭을 최소화하던 환율은 오후 12시 30분께 나온 금리 인하 결정 이후 달러당 1101.5원까지 급등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역대 최저치인 연 2.25%로 만들었다. 이에 호주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주가 지수는 급등했다.
보통 원화 가치는 호주 달러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원화도 약세를 나타냈어야 한다.
그러나 호주의 금리 인하 결정 이후 낙폭을 줄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달러당 117엔대로 급락한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동조했기 때문.
전문가들은 호주 중앙은행의 이번 금리 인하로 아시아권 국가들의 통화전쟁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추가 금리 인하 압력도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의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채권 매수 유입은 여전히 원·달러 환율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가 싱가포르, 호주 등의 잇따른 통화 완화로 다시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며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하더라도 달러당 1085원선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달러당 1100원선에서 공방을 벌일 것"이라며 "주말에 나오는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인다면 다시 1100원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금리인하 영향으로 엔·원 환율은 두 달 만에 100엔당 94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6시 뉴욕시장 종가보다 2.42원 내린 100엔당 936.57원이다. 원·엔 환율은 한때 940.79원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