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의 통화완화정책 기류가 강화된 가운데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3.3원 하락한 달러당 1084.1원에 마감됐다.


    시장에서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발표 이후 확장적 통화정책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됐지만, 그리스 위험도가 완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위험 선호도가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리스는 채권 스와프를 위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독일 재무장관과 회담을 추진해 시장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완화됐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53달러 수준까지 오르는 등 국제 유가의 상승세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줄였다.

    여기에 미국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달러화 약세 흐름을 자극했다. 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2월 공장주문은 전달 대비 3.4% 줄어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시장 예측을 넘어서는 감소 폭이다.

       
    현 분위기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적다는 인식이 다시 확산된 것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ECB의 완화정책 발표에 이어 싱가포르의 깜짝 통화완화 정책 발표 이후 급등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은 위험선호도가 상승하면서 차익시현성 조정을 받은 셈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그리스 안정과 유가 상승, 미국 지표 부진 등의 요인이 어우러져 시장 분위기를 안전자산 선호에서 위험자산 선호로 옮겨가게 했다"며 "1월 말 이후 환율이 가파르게 오른 만큼 조정 폭과 속도도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의 지표 회복 등 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당분간 환율이 다시 달러당 1100원 위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원·달러 환율처럼 원·엔 재정환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오후 5시 20분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6시 뉴욕시장 대비 10.39원 하락한 100엔당 923.5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