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글로벌 '환율전쟁' 속에서 한국 원화만 주요국 통화 흐름과 거꾸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지만 원화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나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엔, 중국 위안, 유럽연합(EU) 유로,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대만 달러, 러시아 루블, 인도 루피, 브라질 헤알 등 세계 주요 통화 대비 환율을 분석한 결과 원화는 최근 대부분 통화에 대해 강세였다.
세계 '환율전쟁'에 다시 불을 붙인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 등으로 11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유로화 대비 환율에서 원화는 강세가 두드러진다.
원·유로 환율은 작년 상반기 1유로당 1500원에 육박했고 하반기에도 1400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1250원대로 뚝 떨어졌다.
작년 11월 20일 1유로당 1399.2원이던 원·유로 환율은 지난 3일 1243.7원을 나타냈다.
원·파운드 환율도 작년 말까지 1파운드당 1700원대를 유지했으나 최근 1600원대로 내려왔다. 원·파운드 환율은 지난해 11월 24일 1파운드당 1749.8원에서 지난달 22일 1629원까지 빠졌다.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한 호주와 러시아 통화 대비 원화 환율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원·호주달러 환율은 작년 11월 21일 1달러당 963.5원에서 작년 말 893.4원으로 급락했고 지난 3일에는 851.5원까지 내렸다. 러시아 루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해 12월까지 1루블당 20원대였으나 지난달 급속히 하락, 지난 3일 16.8원으로 마감했다.
원화는 중국과 대만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에 대해 원화는 작년 하반기에 약세 기조를 나타냈으나 최근 강세로 돌아섰다. 작년 12월 4일 1위안당 181.2원이었던 원·위안 환율은 지난 3일 175.4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원·대만달러 환율은 1대만달러당 35.8원에서 34.7원으로 내려 역시 원화 강세였다.
그동안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었다. 주요 산업 부문에서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율전쟁'이 신흥국들에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에서 한국 기업들은 주요 신흥국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급락하던 국제유가마저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급등세로 전환하면 이 역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환율전쟁'에 동참할지 관심을 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의 주요국 통화 대비 환율 흐름이 대부분 강세라는 점이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엔화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와의 '환율전쟁'도 대비해야 하는 현실에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