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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 성공으로 현대글로비스가 강세로 마감했다. 이에 증권가는 불확실성이 해소돼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전거래일대비 5.91% 급등한 2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와는 달리 지난달 블록딜 무산 이후 총수일가의 지분 매입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던 현대모비스는 이날 4.34%나 밀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전날 보유 중이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정몽구 회장4.8%, 정의선 부회장 8.59%, 총 502만2170주)를 전량 매각했다.
총 매각대금은 1조1576억원 수준으로, 한 주당 매각가는 현대글로비스의 전일 종가(23만7000원)대비 2.74% 할인된 주당 23만500원이다.
이는 지난달 12일 처음으로 블록딜을 시도했을 당시보다 20%가량 낮아진 가격이다. 당시 할인율도 7.5~12%로 비교적 큰 폭의 할인율이었기 때문에 정 회장 부자의 매각 의지가 상당히 강했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으로 블록딜이 한 차례 실패했었다.
가격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수요 조사 경쟁률은 2대 1 수준을 기록하면서 약 2조원대의 대기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블록딜 성공에 증권가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29.99%로 낮아지면서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일감 몰아주기의 판단 지분율 기준인 30%를 밑돌게 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상장 회사 중 특수관계인(지배주주 및 그 친족)이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회사가 내부 거래 등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을 경우 이익제공기업과 수혜 기업은 물론 특수관계인까지 처벌할 수 있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오는 14일부터 적용될 공정거래법에 따른 과징금 리스크가 사라지며 향후 그룹 지원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한결 자유로워진 그룹의 지원 여건으로 시장은 현대글로비스 실적의 추가적인 레벨업을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도 "공정위 규제에서 자유로워진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전략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며 "유코카캐리어로부터 배선권 확대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비수익성 3자 물류의 무리한 확대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오버행 리스크'가 해소된 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오버행은 주식시장에서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 물량 주식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달부터 블록딜 이슈가 불거진 이후로 오버행 우려에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이미 21%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8.9조원대로 내려온 상태다.
박세진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이후 대주주 지분은 오버행 부담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그러나 2주 만의 빠른 재매각 결정과 기존 대비 강화된 매각 조건 등으로 오버행 리스크는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각 이후 대주주 잔여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 점은 추가 오버행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