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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해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조선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업계 대표 격 회사인 만큼 이번 1심 판결이 향후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타 조선사들의 통상임금 협상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지법 제4민사부는 12일 현대중공업 노조원 10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매 짝수 달 지급되는 상여금 700%는 물론 설, 추석 등 명절 상여금 100% 또한 고정성(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해 추가적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성질)이 인정돼 800% 전체가 통상임금에 포함 된다"라고 판결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원 10명은 지난 2012년 12월 "연장 및 휴일 근로수당, 격려금, 성과급 지급 등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제외되어 있다"며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1월분까지 이를 포함해 계산할 경우 추가되는 수당을 지급해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울산지법에 소송을 걸었다.
당초 사측은 매 짝수 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700%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명절 상여금 100%의 경우 재직자에게만 지급되는 만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현대중공업은 퇴직자가 발생할 경우 정기상여금 700%에 대해서만 퇴직금에 일할계산 해왔고, 명절상여금 100%는 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실제 지난 11일 도출된 2014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도 '정기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 한다'는 내용만 들어가 있다.
그러나 법원은 "급여세칙은 취업규칙에 해당하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급여세칙상으로 상여금은 퇴직자에게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노조의 동의를 받아 급여세칙을 변경한 바 없음에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그 지급관행에도 불구하고 급여세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의 명절상여금과 관련한 퇴직금 지급 관행이 노조원들의 동의 없이 불리하게 만들어져있어 이를 인정할 수 없고, 명절상여금 역시 통상임금에 포함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회사의 영업적자가 3조원이 넘는 등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 아니냐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소 제기 당시 회사 경영상황이 나쁘지 않았고 2014년 경영상황 악화 역시 저수익성, 원화강세, 중국 등 경쟁회사의 출현 등을 이유로 한 것"이라며 노조원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판결에 따른 임금 소급분은 최소 기준인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한다"며 3년치 임금의 소급과 관련해서는 일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근로자 10명에 관해 인용된 추가 법정수당(3년치) 중 최저액은 720만 원 정도이고, 최고액은 31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재판부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법정수당만을 인정하고, 약정수당과 근로기준법 초과해서 지급하는 금액을 공제해 준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이번 판결에서 명절상여금의 고정성과 관련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제시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신의칙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추후 항소 여부와 관련해 판결내용을 면밀히 검토 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청구가 인용될 경우 현대중공업이 추가로 부담해야할 인건비가 약 6295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하락 등 영향으로 전 세계 선박 발주가 크게 줄고 엔저와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한 일본, 중국 등의 거센 추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에 대한 국내 조선사들의 우려도 큰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통상임금과 관련해 '동종업계의 소송 결과를 반영한다'고 노사가 합의한 바 있다. 대우조선 사측은 명절 상여금 200%를 제외한 정기상여금 600%만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노조 측은 800% 모두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달 2014년도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지만, 통상임금 문제외 관련해서는 1분기 내 별도 협의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52조5824억원, 영업적자 3조2495억원, 당기순손실 2조206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3% 감소했고 영업익과 당기순익은 8020억원과 1463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