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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성진 사장 등 LG전자 임원 3명을 '세탁기 파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세탁기 파손사건'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다툼이 결국 법정으로 넘어간 것이다.
LG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경쟁업체 제품에 대한 테스트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으나 검찰은 LG전자 임원들이 삼성 세탁기를 일부러 망가뜨렸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이주형 부장검사)는 조성진(59)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과 세탁기연구소장 조한기(50) 상무, 홍보담당 전모(55) 전무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사장과 조 상무는 지난해 9월3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 2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힌지)를 부순 혐의(재물손괴)를 받고 있다.
검찰은 매장 CCTV와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공수해 제출한 세탁기 실물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자툰 슈티글리츠에서 1대, 자툰 유로파센터에서 2대를 손괴한 사실을 확인했다.
CCTV에는 조 사장 등이 무릎을 굽혀가며 열려 있는 세탁기 도어를 양손으로 내리누르는 장면이 찍혔고 이를 토대로 세탁기 파손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검찰 측은 판단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이후 LG전자가 낸 해명성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이 담겼다고 보고 조 사장과 전 전무에게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2차례에 걸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사실을 부인하고 삼성 세탁기 자체의 하자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LG전자는 세탁기 파손 사건이 국내에 알려진 지난해 9월 4일 보도자료에서 "경쟁업체들의 제품을 테스트한 사실이 있고 예상치 못하게 특정업체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14일 삼성전자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히자 "유독 특정회사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며 같은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검찰은 LG전자가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증거위조·은닉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충격을 가했고 독일 매장에서 넘겨받은 문제의 세탁기 제출을 미뤘다"며 삼성전자를 맞고소했다.
두 회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개막 직전 발생한 이번 사건을 두고 5개월여 동안 신경전을 벌여왔다. 검찰이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LG전자는 수사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조성진 사장은 지난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포시즌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세탁기 고의 파손 의혹에 대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대답할 수 없다"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검찰은 조사를 위해 수차례 소환장을 보냈지만 바쁜 일정을 이유로 조 사장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급기야 검찰은 조 사장에게 출국금지 처분을 내리고 LG전자 본사와 구미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출석을 압박했다.
검찰의 초강수에 조 사장은 결국 두 차례의 검찰조사를 받고 올 초 CES 2015 직전 출금해지를 받아 전시회에 겨우 참석할 수 있었다.
CES 2015 현장에서 경쟁사 제품을 테스트 할 때 통상적으로 어떤 방법을 거쳐 테스트하냐는 뉴데일리경제 기자의 질문에 조 사장은 당시 옆 자리에 있던 김영수 어플라이언스연구소장 상무에게 대답하도록 해 화살을 돌렸다.
김 상무는 "타사에서 신제품이 나오게 되면 상품기획팀에서 엔지니어팀에게 요청이 들어온다"며 "신규 플랫폼이 있거나 변경요소가 많다고 판단될 경우 엔지니어 입장에서 관심이 가면 테스트할 제품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사 제품을 하는 프로세서(과정)가 있는데 그 과정에 준해서 크게는 성능, 생산성, 코스트, 디자인 측면에서 테스트를 한다"며 "제품에 따라 이 모든 것을 다 실시할 수도 있고 일부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내부 상품기획팀 등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엔지니어가 프로세스(기준)에 따라 실시하는 것으로, 지난해 IFA 전시회처럼 매장을 직접 찾아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음을 인정한 셈이다.
한편 이 같은 김 상무의 대답은 연구소장의 입장에서 일반적인 테스트 방법을 얘기한 것일 뿐 조 사장이 지난해 독일 매장에 들러 '통상적 테스트'를 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