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채권단 보유 지분 57.48% LOI 제출 25일 오후 2시 마감호반건설, CJ 등 군침... "대상그룹 구원투수 나서나"
  •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최근 재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금호산업' 인수전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인수 후보자로 떠올랐던 삼성과 신세계가 인수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박삼구 회장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수 후보자들 간 눈치작전이 시나브로 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달 금호산업 보유지분 57.48%에 대한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오는 25일까지 매각 관련 인수의향서(LOI)를 받는다.

    이번 금호산업 인수에 너나할 것 없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바로 금호산업 뒤로 줄줄이 연결돼 있는 지분 관계 때문이다.

    현재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러한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금호터미널의 100% 지분을 가진 모회사다. 게다가 에어부산 지분 46%와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보유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뿐만 다른 계열사들도 함께 인수하는 셈이다.

    이번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첫 번째 후보는 바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현재 '50%+1주'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만큼 인수 자금만 확보하면 금호산업 주인의 자리를 되찾게 된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채권 소유자가 주식을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 채무자(박삼구 회장)가 같은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박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의 지분 5.13%와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부사장 4.94% 이외에 남은 40%를 이번 인수전에서 가져와야 한다. 현재 박 회장 부자 보유 지분의 시장 가치는 약 953억 원에 이른다.

    이를 통한 주식담보대출 비율을 감안할 경우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약 580억여원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이 자금만으로는 현재 시장가치만 5000억원(지분 50%)에 달하는 금호산업 인수는 사실상 어렵다.

    금융업계에서는 현재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1500억여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5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인수 자금과 관련된 부분은 (우리도) 파악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호반건설 역시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반건설은 최근 금호산업 인수를 검토하고자 딜로이트안진과 컨설팅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호반건설 뿐만이 아니다. 신세계나 롯데그룹, 삼성그룹 계열사 역시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눈치싸움을 펼치고 있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를 검토하고자 딜로이트안진과 컨설팅 계약을 맺으면서 다른 인수 후보자들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사진)의 자금사정 파악에 나서는 등 눈치싸움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상의 정기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가)중요하다고 생각되면 회사에서 보고가 왔을텐데, 아직 보고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 또한 "(금호산업 인수전과) 관련된 부분은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삼구 회장은 현재 금호산업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함께 지분을 매입해 줄 구원투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의 우호적 투자자'인 제3자도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허용했다.

    박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일 후보로는 대상그룹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업계에서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인만큼 금호 살리기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은 대상그룹과의 인맥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금호산업 인수에 어떤 의중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경우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면서 "호남기업이라는 특수성이 많이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호그룹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박삼구 회장이 재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우선매수청구권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달 박 회장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왕양(汪洋) 중국 국무원 부총리 초청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길에 기자들과 만나 "(금호산업) 인수전은 매스컴에서 잘 도와주면 순리대로 될 것"이라며 "여론이 내가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것이 맞다고 보면 잘될 것이고, 내가 인수하는 게 안 되겠다고 본다면 안될 것"이라며 담담하게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