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초미세 먼지 조기 사망자 관련 연구결과 발표…"석탄발전소 오염물질 배출규제 강화해야"
  • ▲ 한국동서발전이 지난달 5일 충남 당진 신당진화력본부에서 1000㎿급 석탄화력발전소(당진 10호기) 수전(受電) 행사를 했다.ⓒ연합뉴스
    ▲ 한국동서발전이 지난달 5일 충남 당진 신당진화력본부에서 1000㎿급 석탄화력발전소(당진 10호기) 수전(受電) 행사를 했다.ⓒ연합뉴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 먼지로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4일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날 서울 마포구 서교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초미세 먼지와 한국의 후진적인 석탄화력발전 확대 정책'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침묵의 살인자, 초미세 먼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다니엘 제이콥 하버드대 대기화학 환경공학과 교수와 라우리 뮐리비르따 그린피스 글로벌 석탄 캠페이너 등이 참석했다.


    석탄발전소의 초미세 먼지로 말미암은 조기 사망자 연구가 국내에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2021년까지 계획 중인 석탄발전소가 증설되면 조기 사망자는 연간 최대 2800명으로 늘어난다.


    그린피스는 "지름 2.5 µm 이하 초미세 먼지는 세계보건기구(WT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오염물질로 피부로도 침투할 수 있어 폐, 심장 등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며 "한국의 초미세 먼지 오염 현황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는 25.2g/㎥로 뉴욕 13.9, 런던 16, 파리 15 등 세계 주요 도시보다 높다. WHO 권고기준은 10g/㎥다.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 먼지 주의보와 주의보 예비단계 발령일수는 총 40일을 기록했다. 주의보가 75시간 지속한 날도 있었고 최대 농도는 시간당 112g/㎥였다.


    그린피스는 "초미세 먼지는 중국에서 온다는 오해가 많지만, 2013년 정부 관계부처 합동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보면 중국 영향은 30~50%에 그친다"며 "국내 자동차와 공장, 석탄발전소가 주요 배출원이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이들 배출원 중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으로 59%에 달하며 이 중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 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3.4%를 차지한다"며 "발전소에서 나오는 질산화물, 이산화항 등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하는 2차 초미세 먼지를 더하면 석탄발전소 유해성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미국 환경보호국의 미세먼지 건강 위험성 정량적 평가방법 등을 활용해 지난해를 기준으로 석탄발전소 초미세 먼지에 의한 피해를 산출한 결과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가 계획하는 석탄발전소가 모두 증설되는 2021년에는 최대 2800명으로 늘고 석탄발전소 수명(40년)을 고려하면 신설되는 석탄발전소로 말미암아 총 3만2000명이 추가로 조기 사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부연했다.


    그린피스는 "석탄발전량 세계 1, 2위인 중국과 미국은 신규 석탄발전소를 금지하는 반면 한국은 2021년까지 현재보다 2배쯤 늘어날 예정"이라며 "한국은 초미세 먼지 등의 문제를 무책임하게 중국 탓으로만 돌릴 뿐 오히려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자료를 보면 유럽은 앞으로 10년 내 최대 3분의 1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미국 내 석탄발전소는 2002년 633곳에서 2012년 557곳으로 감소했고 2020년까지 27%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도 북경 등 세 지역에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금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53기(2만6273㎿)의 석탄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11기(9764㎿)가 건설되고 있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1년까지 13기(1만2180㎿)가 추가로 증설될 계획이다.


    라우리 뮐뤼비르따 선임 캠페이너는 "초미세 먼지는 한국인의 4대 사망원인인 암, 뇌졸중, 만성 호흡기질환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한국의 신규 석탄발전소 계획 규모는 선진국 중 최대 수준으로, 기술력이 높은 한국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왜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민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세계가 석탄 사용을 줄여가는 지금 석탄발전소 때문에 조기 사망자가 늘어나는 한국의 상황은 시대착오적"이라며 "한국은 독일보다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만큼 정책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손 캠페이너는 "석탄발전소는 환경법상 '공익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시설'로 분류돼 대기오염물질을 초과 배출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 등 특혜를 적용받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석탄발전소 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는 석탄화력발전소 줄이기 위해 '콜록콜록, 초미세 먼지'라는 기후에너지 캠페인을 벌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