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홍 대상 회장, 직접 일본서 제조방법 습득해 '미원' 탄생미원, 국내시장서 연매출 1000억원 기록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 되는 세 가지. 자식농사와 골프 그리고 미원"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쓴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평가한 미원이다. 

대상의 '미원'을 따라잡기 위해 야심차게 '미풍'을 출시했지만, 결국 소비자의 입맛에 다가가지 못하고 초창기 조미료 사업에 실패했다고 인정한 아쉬움을 진하게 표현한 대목이었다. 

60~70년대 미원의 인기는 거대 기업 삼성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미원은 국내 최초이자, 지난 60여 년간 한국인의 맛있는 밥상을 책임진 국민 조미료다. 

미원은 일본 조미료인 '아지노모토'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던 1950년대 중반, 대상그룹 창업자 임대홍 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 제조 방법을 습득하고 돌아오면서부터 탄생하게 됐다. 임대홍 회장은 지금의 대상그룹의 모태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순수 국내 자본과 독자 기술로 국내 최초 조미료 '미원'을 만들어 냈다. 

어떤 음식이든 조금씩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 때문에 '1가구 1미원'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미원은 주부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당시 국산 조미료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았으며, 미원선물세트는 60년대 최고의 명절 선물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으로 제품을 수출할 만큼 승승장구하던 미원은 뜻하지 않은 시련을 맞게 된다. 

90년대 초반, 한 식품회사의 MSG 무첨가 마케팅이 발단이 되면서 MSG에 대한 유해 논란이 점화된 것.

이후 미원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약 20여 년 세월 동안 정체기를 보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다시 MSG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MSG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루며, 식약처가 공식적으로 나서 MSG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하자 소비자 인식에도 긍정적 변화가 시작됐다. MSG의 안전성은 이미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FDA 등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상은 지난해 10월, 미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 해 선보였다. 

제품명도 기존 '감칠맛 미원'에서 '발효미원'으로 바꾸고, 최근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를 고려해 더욱 부드럽고 깔끔한 감칠맛을 담았다. 

L-글루탐산나트륨에 배합해 감칠맛을 배가시키는 핵산의 비율을 줄여 가장 이상적인 감칠맛을 완성하고 패키지 디자인 역시 지난 60년간 미원을 상징해왔던 붉은 신선로 문양을 과감히 축소, 자연의 느낌을 살리고 원재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탕수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발효미원 출시에 맞춰, 홍대 인근에서 '밥집 미원' 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60여 년 만에 이루어진 미원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20~30대 젊은 층에게 알리기 위해 홍대에 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미원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1000억 원 가량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400억 원 이상이 소비자가 직접 구입한 소매 판매 매출로, 최근 성장한 자연조미료 시장규모인 45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상 식품사업총괄 최광회 상무는 "새롭게 선보인 '발효미원'을 통해 미원이 단지 향수를 일으키는 옛날 조미료가 아닌, 세대를 넘어 애용되는 국민 조미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